외국인 이달 코스피 1조7000억원대 순매수…삼성만 1조원어치 넘게 사들여
SK하이닉스 13거래일 만에 15.13% 상승…전문가 “국내 소재 종목도 주목"
외국인 이달 코스피 1조7000억원대 순매수…삼성만 1조원어치 넘게 사들여
SK하이닉스 13거래일 만에 15.13% 상승…전문가 “국내 소재 종목도 주목"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코스피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일본 수출 규제 흐름에 증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한국 대표를 파견한 데 이어 전날 일본 정부에 공식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전면 대응에 나섰다. 최근 업황 개선 전망으로 주가가 오른 반도체 대형주는 물론, 국내 소재 종목도 분수령에 서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101.45)보다 19.15포인트(0.91%) 내린 2082.30에 마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전인 6월 말보다 2.2% 하락한 수준이다. 기관이 1130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590억원, 517억원을 순매수했다.
일본 수출 규제 영향에 따른 시장 충격은 아직까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1조7155억원 순매수를 진행하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에서만 1조1639억원치, SK하이닉스 470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로 인한 갑작스러운 반도체 가격 상승이 증시를 지탱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반도체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한 듯한 모습”이라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가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지수가 한 차례 하락하던 지난 17일에도 전기전자 업종 대형주에 대해 순매수였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수급 덕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각각 15.13% 4.5% 상승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이었던 골드만삭스가 긍정적인 전망으로 돌아선 것도 투자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과 램리서치에 대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전날에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롤로지에 대해 투자 등급을 올리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목표가를 올렸다.
그러나 일본의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 개정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만간 한국의 국무회의 격인 각의에서 개정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다음 달 14일부터 적용되는 수순을 밟는다. 증권가는 일본이 사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경우, 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수출규제가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슈로, 우리나라 경제·기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아베의 한국에 대한 게릴라성 규제는 지속될 가능성은 높고 이로 인한 금융시장에서의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의 경제적 규제가 한국 경제,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대한국 규제에 대한 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한국 펀더멘털이 피해를 보는 만큼,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며 “어쩌면 자국 우선주의 확산 속에 일본의 경제적 규제조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부·기업의 핵심 소재 국산화를 위한 공동 대응으로 국내 소재 기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과 정부 수준에서 모두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했다”며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 조치들은 중국이 사지 않으면 손을 쓸 방도가 없었던 반면,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대체재만 있다면 큰 부담 없이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향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을 때 대처 능력을 키우고자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시키고자 하는 모습“이라며 “소수의 기업들이 대체 가능성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데 제품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공정에 시범 적용됐다는 소식에 관련 기업들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도 여럿 연출됐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고순도 불화수소 등은 아직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갈 길이 멀어 보여 정부의 지원 아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달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관련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환경부에서도 소재 개발 관련 환경규제 완화에 나섰다. 박 연구원은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에 따라 국내 소재 기업들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산화에 대해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발표될 국산화 지원 정책과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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