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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통제하려 경찰 3000명 모여…불필요한 인력 낭비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5.02.11 07:00 수정 2025.02.11 10:02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尹 대통령, 지난달 21일부터 헌재 탄핵심판 변론 직접 출석…현직 대통령 중 처음

경찰, 尹 출석 앞서 '서부지법 사태' 발생하며 제2의 사고 막기 위해 만발의 준비

60·70대 노인 200여명 상대로 병력 3000여명 배치하자 '과도한 조치'란 지적 나와

헌재 인근 시민들 불편·위협 느끼고 있는 상황서 경찰, 과한 병력 배치 자제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인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경찰 차벽이 세워져 있다.ⓒ뉴시스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부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하고 있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직접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등 종전에 탄핵소추된 대통령은 한 차례도 출석한 적이 없다.


초유의 사태에 경찰들은 헌재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탄핵 찬반 시위대 간의 충돌이나 범죄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특히 윤 대통령의 3차 변론 출석에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찰의 촉각이 더욱 곤두섰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성 지지자 수십명이 경찰 제지를 뚫고 서부지법에 불법 난입해 집기류와 법원 내외부를 파손한 사건이다.


이에 경찰은 윤 대통령이 헌재에 처음 출석했던 지난달 21일 기동대 64개 부대와 병력 4000여명을 배치했다. 또 헌재와 안국역 인근에 차벽을 세우는 등 경찰버스 192대를 동원했다. 당시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4000여명(이하 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4차 변론이 진행됐던 지난달 23일에는 5000여명의 집회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기동대 54개 부대, 병력 3500여명 배치, 경찰버스 160여대를 동원했다. 수천명의 인원을 안전하게 통제하기 위해 이 같은 수의 병력을 배치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다.


다만 강추위 등으로 인해 집회 열기가 한층 꺾였던 지난 4일(200여명)과 6일(1000여명)에도 경찰은 기동대 50개 부대, 병력 3000여명을 배치하며 이전 집회와 엇비슷한 규모의 경찰력을 헌재 인근에 집합시켰다. 집회 참가자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병력을 배치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시민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앞둔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뉴시스

지난 4일 헌재 인근 집회 현장 취재를 나간 한 동료 기자는 "집회 인원이 한눈에 봐도 크게 줄었는데 경찰 병력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때와 달리 헌재에서 열리는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인들인데 너무 과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며 "도로 곳곳에 배치된 경찰과 끝이 보이지 않는 버스 차벽은 일반 시민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금 낭비, 인력 낭비라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과도한 병력 배치는 헌재 인근 상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등 방문·관광객들의 발길마저 차단하면서 인근 상점들의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경찰이 시민 통행을 제한하다 보니 자연스레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제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기로 예정된 날짜는 11일과 13일, 단 두 차례 남았다. 최근 추세를 봤을 때 남은 기간 헌재 인근에서 열릴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인원은 많아도 1000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과도한 병력을 배치해 불필요하게 인력을 낭비하기보단 최소한의 필요인력만 투입해 시민들에게 불편과 위협을 가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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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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