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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깨물어 징역형…60년 만에 재심 받는다


입력 2024.12.21 02:36 수정 2024.12.21 02:3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성폭행하려던 남성 혀 깨물어 1.5cm 자른 혐의…부산지법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선고

정당방위 인정 안 된 사례로 형법학 교과서에 실려…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재심 청구

대법 "불법 체포·감금 상태서 조사 받았다 볼 여지 충분"…원심 파기하고 부산고법에 환송

지난해 최말자씨가 5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연합뉴


60년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8)씨에 대한 재심이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8일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불법 구금 등 최씨가 주장한 재심 청구 사유가 신빙성이 있다며 법원이 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씨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씨 사건은 이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형법학 교과서 등에서 다뤄졌다.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최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5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2021년 2월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최씨는 변호인단과 함께 노 씨의 혀가 잘렸는데도 정상적으로 병영 생활을 했다는 증거 자료를 토대로 부산고법에 항고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최씨는 수사기관에서의 불법 구금에 의한 재심 사유를 주장하며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경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년 9월 1일까지의 기간 동안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형법 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하며, 위 죄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422조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재항고인의 진술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사실조사를 했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 후 2심에서는 최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만한 새로운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재심 청구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에게 60년전 판결처럼 중상해죄가 인정될지, 정당방위로 무죄에 해당할지 등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실제 재심이 진행되면 본안 재판에서 다시 다투게 될 전망이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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