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코스피지수 전망 기초
외인, 이달 곱버스 808억 순매수
“변동성 장기화…투자 신중해야”
미국 물가 충격 여파로 코스피가 출렁이자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다만 외국인은 지수 하락에, 개인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등 투자주체별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거래대금은 3조8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기간 ETF 중 가장 큰 거래 규모로 유가증권시장 전체로 시선을 돌려도 삼성전자 다음에 해당한다.
‘인버스2X’는 ‘곱버스(곱하기+인버스)’로 불리는 상품으로 코스피200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가격변동폭의 2배 수익을 추구한다.
곱버스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건 시장 참여자들이 그만큼 지수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곱버스’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08억원, 3827억원 매입했고 개인은 4502억원 순매도했다.
같은기간 코스피200지수를 정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도 3조5999억원이나 거래됐다.
개인은 이 종목을 곱버스와 달리 5619억원이나 순매수했다. 개인은 외국인 및 기관과 달리 지수가 저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외국인은 레버리지 ETF를 31억원 사들이는 데 그쳤고 기관은 5875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최근 증시는 연일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주 들어 3거래일 동안 148.49p(5.72%)가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년7개월 만에 25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코스닥도 1년8개월 만에 8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의 폭락은 미국 물가 충격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여파로 해석된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5월 CPI 상승률이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화됐다”며 “연준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설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물가 확인 이후 시장은 9월 연방준비위원회(FOMC)에서 50bp(0.5%p)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하고 있다”며 “75bp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곱버스와 레버리지 투자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피가 2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지만 지수 방향성을 예단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증시 변동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가 부각되는 등 인플레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중고·삼중고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유가는 밸류에이션과 이익 양쪽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가 하락을 확인하기 전까지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