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3경기 만에 바뀐 스트라이크존과 얽힌 퇴장 발생
S존 변경 취지 공감 속에도 신뢰 쌓으려면 판정 ‘일관성’
경기시간 단축 등 프로야구 흥행 위해 정착시켜야 할 과제
“좋다 이거야. 그런데 일관성 없으면 금방 깨져요. 지난번에도 그랬잖아요.”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의 말이다.
우려대로 개막 3경기 만에 바뀐 스트라이크존(S존)에 얽힌 퇴장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2 KBO리그’ LG트윈스-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7)가 시즌 1호 퇴장을 당했다. 볼 판정에 대해 언성을 높이는 거친 항의는 없었지만, 바뀐 S존 정착을 위한 심판진의 강력한 의지가 묻어난 퇴장 명령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의 상하, 좌우 폭을 넓혔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투고타저’ 현상이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S존이 커지면서 리그 평균자책점은 지난 시즌에 비해 1점 가까이 떨어졌다. 팀별 평균자책점도 대부분의 구단이 4점대 이하. 반대로 팀 타율은 떨어졌다.
지난 시즌이라면 볼 판정을 받아야 할 공에 스트라이크 콜이 거푸 나왔다. 타자들은 심판과 미트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항의하려다 퇴장 명령을 의식해 참는 아슬아슬한 순간도 눈에 띄었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KBO리그는 2017시즌에도 S존 확대를 시도했지만 과정을 극복하지 못했다. 타자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논란이 지속되면서 부담을 느낀 심판들도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스트라이크존 조정은 그렇게 무너지면서 실패로 귀결됐다.
이번 시즌의 S존 개선안도 그때와 비슷하다. 스프링캠프 때 심판들이 구단을 찾아 설명회를 가졌고, 구단들도 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급하게 대책을 강구한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시즌 전 타자들도 바뀐 S존을 파악하고 체감했지만 불만은 여전히 크다. 시범경기와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가진 정규시즌에서는 더 날카로워졌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의 한 해설위원은 “퓨처스리그에서 먼저 테스트 한 뒤 KBO리그에 적용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매일 논란 속에서 경기를 치르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이제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죽느냐 사느냐” “인기 부활”이라는 기치를 내건 KBO가 S존을 넓힌 것은 프로야구 흥행 문제와도 닿아있다. S존 추진 배경에는 “경기시간이 평균 3시간을 초과해 관중이 지루함을 느껴 야구 인기가 떨어진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야구 외 즐길거리가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야구의 인기가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늘어지는 시간이다. 접전 양상을 띠면서 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길어지는 것은 골수팬들을 제외하고는 야구장 재방문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경기시간 단축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바뀐 S존이 자리 잡으면 정규시즌 9이닝당 볼넷이 줄어들면서 이전보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 투수는 삼진을 잡고자 공격적으로 나서고, 타자들은 칠 수 있는 공이면 치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박진감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적용으로 승부에 악영향을 준다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일관성 있는 판정으로 꿋꿋하게 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여 타자들도 자연스럽게 S존의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게 된다. 구심도 로봇이 아닌 사람이라 투수의 모든 공을 정밀하게 규정대로 판정할 수는 없지만, 대결하는 두 팀에 일관성 있게 S존이 적용된다면 반발과 논란은 크게 줄일 수 있다.
처음도 아니다. 시행착오도 한 차례 겪었다. S존에 대한 일관성이 깨지면 신뢰도 깨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번에도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그토록 외치는 프로야구의 티켓파워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