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둘러싼 '친중 논란' 팩트 체크 필요
연예계에 또 다시 ‘중국 주의보’가 발령됐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으로 양국 관계가 민감해진 가운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반중 정서가 더욱 들끓고 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연예인들이나, 중국 출신 한국 연예인들의 경솔한 발언이 순식간에 많은 네티즌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중의 새로운 표적이 된 건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국내에서 가수 겸 연기자로 활동한 헨리다. 최근 활발히 중국 활동을 해왔던 터라 비난의 화살이 유독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중은 헨리가 2018년 남국중해 영토분쟁 당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며 ‘친중 행보’를 보였던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국경절을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중국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지난 17일 헨리를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위촉한 마포경찰서의 발표 이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마포경찰서 홈페이지 소통광장에는 헨리의 홍보대사 위촉을 반대한다는 글이 200여개를 훌쩍 넘어섰고, 한 때 웹사이트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대중의 비판을 의식한 헨리의 심경, 사과 글이었다. 곳곳에서 맞춤법이 잘못된 사과문 문장 탓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자신의 언행 때문이 아닌 ‘피’ 때문에 네티즌이 불편을 토해낸다는 내용은 또 한 번 대중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후 소속사가 뒤늦게 입장을 발표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물론 헨리와 소속사의 정확치 못한 해명과 진정성 없는 사과가 논란을 키우긴 했지만, 헨리의 친중 비판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한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서 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나온 참가자가 춤을 추며 ‘조선족 전통춤’이라고 소개했고,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헨리가 이를 침묵했다는 것으로 비난 여론이 촉발됐다. 일부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헨리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왜곡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헨리를 비판하는 또 다른 논란은 오성홍기 마스크 착용 사진이다. 해당 사진은 중국의 국경절 연휴, 중국 뮤직페스티벌에 초청된 당시에 촬영한 것으로 헨리뿐만 아니라 다른 내국인 아티스트와 스태프들도 대부분 같은 마스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축제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헨리의 유튜브 계정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만 삭제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헨리 측은 소재를 불문하고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내용이나 분란을 조장하는 글을 주기적으로 필터링해왔다. 해당 채널은 유소년이 시청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건정한 분위기 조성을 최우선으로 여겨왔다는 것이 소속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헨리를 ‘친중 연예인’으로 몰아세우는 논란거리들 중에는 왜곡된 루머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작정 헨리를 두둔하고,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의도가 진짜 ‘친중’ 행보였는지, 혹은 부정확한 표기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동북공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사건을 왜곡하면서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