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갈대 같은 투심, '스토리'로 붙들어라 [기자수첩-증권]


입력 2025.03.19 07:15 수정 2025.03.19 07:15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썰'로 먹고사는 외교안보…데이터가 밥줄인 증권가

'대척점' 두 분야가 서로 참고하면 상승작용 가능성

남보다 못 벌면 떠나는 고객 붙들어 둘 스토리 고민해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밝히며 떠오르는 태양(자료사진) ⓒ뉴시스

투키디데스의 함정.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을 설명할 때 적잖이 인용되는 개념이다. 부상하는 아테네와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가 전쟁을 벌였듯이 미중도 같은 결말로 치달을 거란 이야기는 제법 솔깃하다.


하지만 개념적 이해를 넘어 실질적 검증이 가능한지를 따져 물으면 고개를 젓게 된다. 기원전 이야기를 2025년에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감하다.


외교안보의 매력은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당국자들의 발언, 과거 사례, 미래상 등을 종합해 개념화하는 작업은 어딘가 웅장하다. 하지만 연결고리를 세밀히 따지면 엉성함이 드러난다. 최근 들어 통계학 등을 적극 활용하는 전문가들이 주목받고 있으나 대세라 하긴 어렵다.


'썰'로 먹고사는 외교안보와 달리, 증권가에선 데이터가 밥줄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리포트엔 각종 그래프와 수치 설명이 그득하다. 솔깃할 만한 이야기는 짧게 한두 줄, 그마저도 책임과 거리를 두려는 소극적 문장으로 적혀있다.


긴 호흡이 불가피한 외교안보 분야와 탄력적 대응이 핵심인 증권가는 어찌 보면 대척점에 있는 듯하다. 다만 저마다의 장점을 유지하되 취할 것을 취하면 상승작용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냉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의 경제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스·로마 시대 경제 모델을 가져와 설명하는 경제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정치 담론이 시대 흐름에 맞게 옷을 바꿔 입을 줄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증권가는 외교안보 분야가 자랑하는 솔깃한 스토리 만들기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특정 이슈가 불거지면 주목받는 연관주나 테마 종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끄덕일 만한 '비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증권가 관계자는 "손해를 본 고객은 '괜찮다'며 투자를 이어간다"면서도 "남들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고객은 화를 내고, 돈을 싹 빼간다"고 했다.


'비교의 동물'인 인간이 "너보다 더 벌었다"는 말에 흔들리는 건 자연스럽다. 투심은 일희일비가 정상이다.


한데 증권가에선 장기투자를 힘주어 말한다. 퇴직연금 분야의 가파른 성장세가 큰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너도나도 높은 수익률과 저렴한 수수료를 강조하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 앞에 장사는 없다.


같대같은 투심을 어떻게 쥐락펴락할 수 있겠나. 다만 매력적인 스토리로 '미워도 다시 한번'을 되뇌게 할 수 있진 않을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