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5곳, 신규 및 재선임
"여성이사 할당제 장려돼야"
증권업계가 본격적으로 정기주주총회에 돌입한 가운데 다수의 증권사가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하반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발맞추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28일까지 국내 주요증권사 18곳이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신규 및 재선임 안건을 낸 증권사는 현재까지 5곳(미래에셋·삼성·NH·KTB·한화)이다.
삼성증권은 오는 18일 열리는 주총에서 최혜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최 변호사는 회사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총에 iMBC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홍은주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한화투자증권은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KTB투자증권은 기은선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여성 사회이사 재선임 안건도 눈에 띤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했던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키움증권도 작년 선임한 최선화 서울대 경영대학 부교수의 임기를 내년까지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본총액 2조원 넘는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이사회 구성원 98명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는 단 6명에 불과하다. 증권업계가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이유다.
증권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임원 선임을 늘리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은 자본총액이 2조원이 넘지만 이번 정기주총에선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다루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ESG 중 환경과 사회부문에서 강점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배구조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ESG평가정보에 따르면 미래에셋·삼성·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2018~2020년 3년 연속 지배구조 부문에서 평가점수를 동일하게 책정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사회 구성과 성별 다양성의 강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게 증권업계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더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기홍 요크대 경영대학 교수는 "여성이사 할당제가 기업성과의 개선을 가져 온다는 증거는 없으나 개악을 가져온다는 증거도 없다"며 "기업계 남녀 불평등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할당제는 더 장려해야 하는 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성별 다양성 이슈는 규제로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바람직한 방식은 투자자와 기업이 서로 간의 니즈에 따라 구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