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 재무제표 검증 촉각
경찰 수사에 숨죽인 금감원 왜
2000억원에 육박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을 둘러싸고 책임론이 일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외부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을 향해 화살이 집중되자 결국 금융당국이 재무제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며 논란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실제 횡령이 언제 일어났는지가 책임론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 씨를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추정 액수는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기자본 2047억원 대비 91.81%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수상한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순간 은행이 이를 차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내부통제 문제인 만큼 은행이 개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은행 입장에서 기업 계좌는 거액의 대금 결제가 수시로 일어나는 데다, 적정한 절차를 거친 자금 이체에 대해 관여할 권한도 없는 상황이다. 또 기업 계좌는 개인과 달리 한도 제한이나 거액 거래에 대한 경고 시스템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내준 대출이 더 걱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신한·우리·KB국민은행과 같은 시중은행을 비롯해 KDB산업·수출입·IBK기업은행 등 국책·특수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차입한 상태다. 관련 은행들은 오프템임플란트에 대한 신용등급 재평가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 불똥 튈까 예의주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책임론의 쟁점은 회계법인을 향할 전망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외부 감사를 담당했던 인덕회계법인이 횡령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혹은 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은 지난해 3분기 중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금관리 직원 이모 씨가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빼낸 돈으로 같은 해 10월 1일부터 동진쎄미켐 주식 1430억원 어치를 매수한 만큼, 횡령 시점은 늦어도 9월 말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이모 씨는 자금수지와 잔액증명서, 출금내역 등을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횡령 발생 시기가 3분기 중이라면 회계법인의 책임이 크지 않을 수 있다. 3분기 보고서는 감사가 아닌 검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횡령이 있었음에도 2020년 사업보고서와 지난해 반기 사업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것이라면 회계법인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제표를 다시 살피겠다면서도 우선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런 측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감원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스템임플란트 사태와 관련해 "사법적인 절차와는 별개로 주식시장에서 교란 행위 문제라든지, 투자자 보호라든지, 소액주주 문제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면밀히 볼 것"이라며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전날 오스템임플란트 사태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금감원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해야 할 일은 필요한 시기에 꼭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역시 수사 상황과 회사의 재무제표 수정여부 등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란 입장이다.
금감원이 오스템임플란트와 관련한 특이동향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관해 정 원장은 "포착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으로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믿을 수밖에 없어 사문서 위조까지 밝혀내긴 쉽지 않지만, 횡령이 장기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일정 부분 책임론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