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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일자리①] 그렇게 뽐내던 청와대 상황판은 누가 치웠을까?


입력 2021.09.07 07:03 수정 2021.09.06 19:5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대통령 1호 업무 지시 ‘일자리위’

내·외부 신뢰 잃고 초기 동력 약화

질 낮은 공공일자리 중심 정책으로

정부 불신·세대 간 갈등만 키워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가 어렵습니다. 민생도 어렵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일부.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1순위 공약은 일자리 확대였다. 그는 소방관과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경찰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와 보육·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과 민간수탁 부문 일자리 34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더불어 위험·안전 업무 등 공공부문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30만 개를 포함 공공부문에서만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자리 강조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를 설치했다. 문 대통령 첫 공식 대통령직속 위원회가 탄생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놓고 대통령이 직접 매일매일 점검하겠다”며 “일자리 창출 항목이 각 부처 장관은 물론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의 핵심성과지표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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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 4개월여가 지났다. 일자리위는 그동안 모두 20차례 회의를 개최해 57개 안건을 의결하고 72건의 대책을 발표했다.


일자리위는 “범정부·산업·지역의 민·관 합동 일자리 정책을 수립·조정·협의·실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 출범 당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지난해 후반기 일자리정책 방향 등 범정부 일자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책조정자로서 지역이 신성장 동력의 거점이 되고 경제활력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범정부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일자리 정부’ 시작은 창대했으나…

일자리위 주장과 달리 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상황은 개선됐다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표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악화했다. 실업률은 높아졌고 고용률도 제자리걸음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간 실업률은 4.0%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5년(2012~2016) 평균 3.4%보다 높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7%보다 더 올랐다.


노동계를 포함한 경제계 전반에서는 일자리위 역할에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다. 대통령 1호 업무 지시라는 상징성에 비해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고위 공무원은 “출범 당시 큰 기대감에 비해 역할이 미미하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며 “일 잘하는 직원들은 파견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는 노동계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며 한국노총이 회의에 불참하는 ‘보이콧’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한국노총은 “일자리위가 설립 초기에는 본회의를 열기 전 양대 노총과 안건을 조율하고 노동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며 “노동자를 외면하는 일자리위원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초반에 지나치게 의욕적이었던 게 일자리위 동력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출범 2년 차였던 2018년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협력팀장은 “일자리위가 초창기 때와 달리 별다른 활동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위가 추진 동력을 잃은 이유를 초대 수장이 지나치게 빨리 바뀐 것에서 찾기도 한다. 일자리위는 부위원장이 사실상 수장인데 이용섭 당시 초대 부위원장은 선거 출마를 위해 취임 10개월 만인 2018년 2월 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고용 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데 1년도 안 돼 수장이 교체되다 보니 정책 연속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시 기구다 보니 (일자리위가) 정부 남은 임기 따라 위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 체감과 달리 정부 일자리 성과를 지나치게 자랑하다 여론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일자리위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20년까지의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 성과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근로자 삶의 질은 개선됐고, 코로나19 전까지 역대 최고 수준 고용률을 달성했다”고 자찬했다. 이러한 발언은 일자리위의 정책 성과 여부를 떠나 코로나19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 정서를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밖에도 한시적 기구인 일자리위가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무실 이전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고 지난 4년간 173억원의 예산 대부분을 각종 홍보나 행사 등에 사용해 방만 운영을 지적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7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당시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15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나친 공공중심 일자리 국민 신뢰 못 얻어

무엇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자리위의 가장 큰 문제로 고용 정책을 지나치게 공공일자리 중심으로 그려나가는 점을 꼽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일자리 문제를 민간에만 맡겨놓지 않겠다”고 말했고 일자리위는 이를 바탕으로 공공일자리 확대를 정책 중심에 뒀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KERI)에 따르면 공공일자리 예산은 2018년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8~2020년 기간 동안 15~26.1% 늘었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7.6% 증가한 약 2조 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15.0% 증가한 약 2조3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예산은 늘었는데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KERI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공일자리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정작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 완화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국 1인 이상 가구 총소득 기준으로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과 2019년의 저소득층(소득 1분위)의 소득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19년 1분기에는 2017년 1분기보다 근로소득이 약 4만7000원 감소했다. 2분기에는 약 6만7000원, 3분기에는 약 7만6000원, 4분기에는 8만원이 줄었다.


KERI는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일자리를 지속해서 확대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가 컸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위 기능과 역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일자리 정책이 공공일자리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세대 구분 없이 일자리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정부가 87개 규모 청년특별대책을 내놓자 한 대학생은 “중증 환자에 자양강장제를 주는 대책”이라고 비꼬았다. 반대로 4050세대는 청년특별대책을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며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논란에서마저 소외된 6070 세대는 ‘활기찬 노후’와 같은 초단기 공공일자리에 자신의 미래를 의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초대 인사혁신처장)는 정부가 일자리 정책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 고용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생산성이라는 근원적 치유 없이 고용지표에만 매몰되면 헛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자리가 생각만큼 만들어지지 않자 정부는 90만 개에 달하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이제 우리 사회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저임금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어서 해결할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세계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국기업들이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도록 해 양질의 일자리를 지킬지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라진 일자리②] 미래 주인공?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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