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가-저가 격차 역대 최고
선도50아파트 지수도 확대
“똘똘한 한 채에 고가 아파트값 더욱 견고”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을 넘사벽(넘볼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지난 4년간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고가 주택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가격 기준 전국 하위 20%인 주택은 오히려 집값이 내려갔다.
4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5분위(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1억379만원으로, KB가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1억원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하위 20% 저가 주택가격은 전국 기준 평균 1억2386만원으로 올해 1월(1억1866만원)에 비해 500만원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이에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도 전국 기준 8.9를 기록했다. 이 역시 KB국민은행이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강남을 시작으로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각종 부동산 정책들이 되레 서울과 서울이 아닌 지역과의 격차를 더 벌려놨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주요 고가 대단지 가격 흐름을 알려주는 선도50아파트지수도 전월(0.79%) 대비 커진 1.12%를 기록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 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전체의 단지보다 가격변동에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을 축소해 선험적으로 살펴보는데 의미가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집값 하락은 없었고 되레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겠다는 심리가 부각된 격”이라며 “이에 따라 집값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7월부터 시행되는 대출 규제에 따라 규제지역인 서울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한도로 자금부담이 덜한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전세 매물 부족으로 전세수요가 매수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울 외곽 및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