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시 금융 대장주 등극...장외가 대비 큰 폭 낮아
금융당국 제동에 ‘10조 ’ LG엔솔 등 보수적 책정 전망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줄줄이 등판을 예고한 가운데 공모가 거품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공모가 고평가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것도 적정 기업가치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를 의식한 카카오뱅크는 최근 희망 공모가 범위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가격인 10만원대의 약 40% 수준으로 낮췄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희망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시가총액은 최고 18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금융사 가운데 현재 3위인 하나금융지주의 시가 총액(14조2765억원)보다 큰 규모다.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후 상한가)에 성공할 경우 금융사 1위인 KB금융(23조8000억원)과 신한지주(21조6000억원)를 단숨에 뛰어넘게 된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수치가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앞서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등이 IPO 과정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것을 의식해 공모가를 낮춘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잇따른다. 최근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청받았다.
반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시총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는 주장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136억원)과 희망 공모가 상단을 적용한 카카오뱅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6배다. 은행업종의 평균 PER인 5배 내외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카카오뱅크는 비교 기업으로 미국의 로켓 컴퍼니스, 브라질의 파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의 TCS그룹 홀딩스, 스웨덴의 노르드넷 등 4곳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외 유명 인터넷은행과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제외됐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이상의 높은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선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 카카오 생태계 내에서의 시너지 창출 등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된 사업모델 구축의 성공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 연구원은 “향후 중금리대출 취급확대 과정에서 차별적 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대손관리 역량 검증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에 금융당국이 연이어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면서 하반기 상장하는 회사들도 비교 기업 산정에 고심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야놀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하반기 IPO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달 8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IPO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자회사들과 현대중공업, 시몬느엑세서리컬렉션, 케이카 등도 상장에 나서면서 하반기 역대급 공모규모가 예상된다.
다만 업계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많게는 수십조원대로 거래되고 있는 기업들이 보수적인 기업가치를 산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관계관리(IR) 컨설팅업체 IR큐더스 관계자는 “하반기 공모 규모 1조이상 빅딜이 10여개 이상 대기 중으로, 대형 IPO 공모 열기 속 기업가치 산정 갑론을박과 스타급 공모주 흥행 기대감이 맞붙을 것”이라며 “크래프톤 이후, 중복청약 금지로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