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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의 엔터리셋] 도피성 ‘극단적 선택’,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입력 2021.06.20 07:01 수정 2021.06.20 10:1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강제추행 혐의 힘찬, 극단적 선택했다 가족에 의해 구조

ⓒ뉴시스

모든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잘못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유독 무겁게 받아들여 회피하는 경향이 짙다. 이 또한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이끌릴 수 밖에 없지만, 그 '사람'이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라면 다른 문제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난 13일 힘찬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가족에 의해 구조됐다.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현재 자택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힘찬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직전, 자신의 SNS에 사과글을 올리면서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문구로 마무리해 팬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걱정을 산 바 있다.


힘찬은 2018년 7월 경기 남양주의 한 펜션에서 20대 여성 A 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힘찬은 현재 항소를 진행 중이다. 또 힘찬은 지난해 10월에는 싱글을 발표했지만 다음 날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 적발되기도 했다.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사과문을 통해 그는 “저의 불찰과 실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모든 부분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믿어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을 이렇게까지 밖에 못하는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은, 이에 반하는 행동이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면 최소한 그에 대한 처벌 등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비판 역시 그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팬들 역시 끝까지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미투 지목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조민기가 경찰 조사를 며칠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당시, 그는 쓸쓸한 마지막을 맞았다. 생전 물의를 빚고,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한 선택 탓에 당시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은 뜸했고, 빈소를 찾은 사실을 SNS에 알린 몇 동료 연예인들은 네티즌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애도와 추모는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예의다. 도덕적으로 금기시되는 자살을 한 경우에도 죽은 자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하는 게 한국 사회의 일반적 정서이기도 하다. 고 조민기에 대한 추모도 마찬가지로, 생전 고인과 특별한 연이 있거나 친분을 유지했던 동료들이 추모의 뜻을 밝히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동시에 친분이 있었더라도 그의 죽음을 추모하지 않는 것 또한 그들의 자유의지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은, 책임회피성 극단적인 선택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마지막을 맞을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이들은 결국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대중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의 도피성 극단적 선택이 모방 자살을 부르는 ‘베르테르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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