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유상철 전 감독 조문 불참 놓고 박지성 향한 악플 '빈축'
도 넘은 비난에 축구계 인사들도 씁쓸 "이게 애도인가"
분노와 비난으로 점철된 상황에 고인 앞에 모두가 부끄럽게 돼
슬픔에 잠겨 고인을 기리며 추억하기도 모자랄 시간에 일부 네티즌들의 선 넘는 악플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유상철 전 감독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난데없이 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가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
9일 장례식에는 고인과 한일월드컵 4강 기적을 일궜던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최진철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장례식은 유족 뜻에 따라 축구인장으로 열렸다. 고인의 아내와 세 자녀 및 생전 유상철 감독과 가까웠던 축구인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 유상철과 함께 ‘오대영 감독’으로 몰렸던 히딩크 감독을 구출한 골을 합작했고, 2002 한일월드컵 신화를 함께 쓴 박지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박지성은 영국에 머물고 있어 장례식에 올 수 없었다. 비보를 접하고 즉시 귀국한다고 해도 의무적인 자가격리(14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문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유상철 전 감독 빈소에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뛰었던 박지성이 왜 조문을 오지 않느냐”는 비난을 담은 악플을 퍼부었다. 해당 네티즌들은 "조문은커녕 추모 메시지나 근조조차 안 보내느냐", "거스 히딩크 전 감독도 추모 메시지를 냈다"고 쏘아댔다.
박지성이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향한 비난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아내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의 유튜브 채널(김민지의 만두랑)이 타깃이 됐다. 악플 공격이 계속되자 김 전 아나운서는 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슬픔을 입증하라? 응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며 "남편이 어떤 활동을 하든 문제가 없는 개인의 영역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들에게 보고해야 할 이유가 나에게나 남편에게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박지성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레전드 유상철의 충격적인 사망이라는 무게를 떠올릴 때, 유상철 비보가 알려진 직후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이 도를 넘은 악플의 희생양이 될 만한 언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문 여부와 별개의 문제까지 끌고 들어와 이슈화 시키며 인신공격성 글을 남긴 것은 저의를 의심케 한다.
전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상철 전 감독의 발인식에 참석한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영국에 있는 박지성 어드바이저가 직접 연락해 와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 유 전 감독을 잘 보내드리길 부탁하고 추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조만간 귀국하면 유 전 감독의 묘소가 있는 충북 충주시 진달래메모리얼파크를 찾을 예정이다. 그때도 ‘이제야 왔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이어간다면, 유상철을 진정 사랑하고 애도하는 축구팬인지, 그저 박지성을 쏘아붙이기 위한 악플러에 불과한 것인지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슬픔 속에도 빈축을 사게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지금 이럴 때인가. 이것이 진정한 올바른 추도이고 애도인가”라는 축구계 인사의 말까지 들린다. 분노와 비난으로 점철된 구부러진 추도로 인해 고인 유상철 감독 앞에서 모두가 부끄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