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관세부과 없었지만 사안별 강력 조치 이어질 듯
다음 타깃 될까 긴장 속 수혜 노리기도
'오월동주' 경쟁과 협력의 조화로 이익 극대화 노려야
지난 1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황금시대를 만들겠다고 강하게 선포했다. 세계 각국의 기업, 정부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과 우려로 지켜봤을 것이다.
시작은 지난 1월 말 콜롬비아에 대한 관세조치였다. 불법이민자들을 송환시킨 비행기를 콜롬비아 정부가 거부하자 미국은 즉시 콜롬비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후에 50%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콜롬비아는 9시간 만에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미국은 관세를 '보류'했다.
2월 1일부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는 USMCA라는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산업에서 대(對)미 수출비중이 높아 관세가 높아지면 어려움에 빠진다.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지만 그 동안 중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지속적으로 부과해 왔었기 때문에 이번 관세조치까지 더해지면 중국은 최대 100%가 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GDP는 약 27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연간 수입규모 역시 2조8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의 강력한 파워이다.
미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수출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나라들은 더 예민해진다.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대표적이고 최근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인도 등도 행여나 동력이 꺾일세라 미국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연간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 본다. 외국기업들이 환율, 보조금 등 정부의 도움을 받아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고 있다고 여긴다. 이들에게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정당하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이다.
많은 나라들이 타깃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멕시코는 국경을 강화해 불법이민을 막겠다고 했고 캐나다는 총리가 단숨에 트럼프 당선자의 별장으로 날아갔다. 중국도 펜타닐 등 마약류의 불법유통을 막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살얼음판 같은 눈치싸움 속에서도 수혜 주머니를 챙기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소위 차이나플러스 전략을 펴야 하는 기업들을 유치하기 바쁜 모습이다.
전력망 확충, 물류 등 인프라 확충은 물론이고, 대규모 고용이 가능한 생산시설에는 보조금도 지급한다.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기지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투자와 인력양성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KOTRA 무역관이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조치로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걱정이 크다고 한다. 미중 갈등을 피하려고 그동안 아세안에 밸류체인을 확장해 온 중국 제조업 역시 미국의 보편관세나 우회수출 방지 정책의 타깃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미국의 공격적인 제조업 육성책에 비해 속도가 빠르지 못했던 EU는 뒤처진 산업경쟁력 회복과 미국의 보호주의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들과 경쟁을 할 것인지, 협력할 것인지를 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월동주의 입장에서 비록 경쟁은 하더라도 함께 탄 배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더욱이 우리에게는 뒤지지 않는 제조업 경쟁력이 있다. 오히려 먼저 협력을 제안하고, 협력의 플랫폼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놓을 기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필두로 다양한 국가 간 협력채널을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경제동반자협정(EPA) 등 더욱 실용적인 형태의 채널도 확대되는 중이다. 정부 간의 우호적인 시그널과 기업의 도전이 좋은 합작품을 만들어 내리라 기대한다.
글/양은영 KOTRA 지역통상조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