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영 新 패러다임…금융권에도 '새 화두'
"기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도 빠르게 변화해야"
데일리안이 마련한 '2021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에서 사회적 책임·친환경·투명한 지배구조(ESG)경영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 경영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ESG가 금융권에서도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투자 측면에서 ESG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역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1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을 주최한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는 행사의 막을 올리며 "기업들은 ESG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ESG 관련 지표는 투자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첫 주제 발표를 맡은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ESG 투자는 경제·사회적 외부 경제 효과로 인해 주목을 받았으나, 점차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요 투자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금융권이 ESG 통제에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ESG를 둘러싼 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 지원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금융을 지원받는 ESG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며 수익을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김종대 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는 21세기를 지배할 새로운 경제 질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ESG가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녹색금융을 포함한 ESG가 경쟁 전략 수단이자 규제 방안으로 활용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ESG 측면에서 금융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발적 노력이 절대적이라면서, 정부가 민간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 금융이 지역 주민과 지자체, 기업의 상생 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이은 토론에서도 ESG 금융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왔다. ESG 시대를 바라보는 기대와 함께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토론의 포문을 연 신동호 미래에셋증권 ESG추진팀장은 ESG에서의 증권사 역할을 설명하면서 "성장성이 큰 기업을 선별하고 이들과 연계한 상품을 잘 발굴함으로써 고객의 부를 증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대비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또는 친환경으로의 전환 등에 대해 지원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금융은 ESG 시대의 시초이자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에게 투자 또는 금융지원을 통해 건실한 성장을 가속시키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개선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근우 법무법인 화우 ESG그룹 변호사는 ESG 금융과 관련한 입법이 미비한 상태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 변호사는 "현재 ESG 금융이라고 할 녹색 금융, 사회적 금융의 개념과 법률적 근거는 물론 그에 대한 통제나 혜택을 둘러싼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라며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ESG연구센터장은 "주주의 단기이익 극대화에서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집합적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목적이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 전략과 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지, 그리고 해당 산업 자체의 부정적 ESG 영향은 없는지를 금융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의 전통적 기능에 사회적 책임과 혁신 성장의 마중물 등 새로운 역할이 더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ESG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투자를 확대하고, ESG 가치 제고를 위한 혁신 산업 발굴에 힘써야 한다"며 기업의 ESG 경영 촉진을 위해 금융권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봤다.
끝으로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최근의 ESG 흐름에 대해 "불평등과 실업, 양극화, 기후위기 등 지속가능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재조정 과정"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될 자본이 ESG로 수렴하고 있다"며 지속가능금융은 앞으로 우리 금융이 나아갈 길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