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NS 게시물 600건 올려…불법출금 사건 관련 언급은 '0'
학자적 소신 저버린 우리편 감싸기?…사건 관계인의 묵비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8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 608개의 글을 게재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평균 4.4개의 글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용은 주로 수사권 조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 퇴진 정국, 한명숙 사건 등 법조계 주요 현안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주지시키고 야권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유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 지난 1월부터 법조계 주요 사안으로 급부상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이 야권과 큰소리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조 전 장관은 묘한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 전 장관은 학자 시절 각종 칼럼과 논문을 통해 정의는 실현되는 방식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이른바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을 거듭 피력했다. '정의로운 반칙'이 선례로 남아 나중에 선한 사람을 탄압하는 구실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주장과 논리대로라면 정의로운 반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규원 검사,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꾸짖는 게 그의 학자적 소신에 부합한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유독 불법출금 사건에 대해서 만큼은 '조만대장경'이라는 별명에 안 어울리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하나는 불법출금 사건이 정권에 불리한 악재임을 고려해 언급을 꺼리는 경우, 또 하나는 자신도 사건에 연루되고 관계된 당사자임을 인식하고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는 경우다.
조 전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에 자신의 이름까지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저는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만 적었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첫 발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섣부른 속단은 지양해야겠지만,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을 회피해 왔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아울러 불법출금 사건이 여당이 아닌 야당에 불리한 사안이었을 경우, 과연 조 전 장관이 지금과 같은 침묵을 계속 지켰을 것이냐 하는 의문도 생길 수 밖에 없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때 줄곧 학자적 소신을 거론해왔다. '네 편 내 편'식 정치 논리와는 선을 긋고 지식인으로서의 진정성을 호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조 전 장관이 올해 들어 600여 회의 SNS 게시물을 올리면서도 절차적 정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한 의혹의 불법출금 사건에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편 감싸기'라는 정치 논리가 학자적 소신을 앞섰다는 비판과 질책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