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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의 바로보기] 느슨해진 공기업 평가...올해라고 달라질까


입력 2021.05.06 07:00 수정 2021.05.06 07:07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지난해 15개 공기업 적자에도 성과급 잔치

국민 눈높이 맞춘 ‘환골탈태’ 수준 돼야

연도별 공공기관 재무정보 추이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부동산 투기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지 두 달이 넘었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까지 하루가 멀게 회의를 열며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LH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 고액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관련 정보가 공시됐는데, 36개 공기업 가운데 15곳이 적자를 기록하고도 1인 평균 1408만원 성과급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LH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1인당 평균 1578만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가 찰 노릇이다. 공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수천만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하니 땀 흘려 일하는 국민은 허탈감을 떨치기 힘들다. 심지어 역대급 사고를 친 LH도 성과급 대상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현실이다. LH처럼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적자가 커져 자본잠식에 빠지더라도 공기업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공기업 성과급을 결정하는 사실상 유일한 요소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이고, 공기업 재무 상태나 도덕성은 경영평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정부도 LH 사태 이후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개편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윤리경영 평가 기준을 강화를 주문했고,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검토에 나섰다.


두 달이 흐른 지금 경영평가 내용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기재부는 기존 평가 항목 가운데 윤리경영에 대해 배점을 높이는 방향이 될 거라고 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기재부가 말한 윤리경영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 100점 가운데 3점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윤리경영 배점을 높이는 것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LH는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D-) 등급을 받고도 전체 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이 경영평가 방식을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금으로선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알 수 없다. 다만 LH처럼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낳은 기업이 A 등급을 받거나, 만년 적자 기업들마저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시대 나랏빚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위험 수준이라는 경고도 계속된다. 이 와중에 공기업들은 성과와 관계없는 성과급으로 스스로 격려한다. 국민은 그런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 부른다.


오는 6월 18일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나온다. 정부가 새롭게 내놓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이 공기업을 ‘신’이 아닌 ‘국민’ 곁으로 돌려놓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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