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잠정합의안 노조 45% 찬성에 그쳐 '부결'
교섭 장기화로 노사 피로도 가중…경영정상화 차질 우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 집행부와 사측이 마련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또 부결시켰다.
사측은 기존에 합의했던 조합원 손배소 철회와 성과급 지급을 유지하는 한편 특별격려금 200만원까지 내놨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끝내 대립을 택했다.
3사 1노조로 묶인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이미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했지만 현대중공업의 잠정합의안 부결로 또 다시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전체 조합원 7223명 중 93.59%인 6760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53.99%에 해당하는 3650명이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은 45.07%(3047명)였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달 31일 마련한 2차 잠정합의안은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단협 내용을 담았다.
주요 내용은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약정임금 218% 성과금 지급, 약정임금 100%+150만원 격려금 지급,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다.
2020년은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정액 인상), 약정임금 131% 상여금 지급, 230만원 격려금 지급, 지역경제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사측은 1차안에서 노조 측이 요구해 왔던 일부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대규모 징계에 의한 인사불이익 철회 등 요구조건을 수용했다.
2차안은 기존 합의안을 유지하면서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 20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사는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임금 인상과 특별금(2019년 5월 31일 법인분할에 따른 위로금) 지급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본교섭을 열지 못하다 지난달 25일이 되서야 본교섭을 재개했다.
이후 노사는 논의 끝에 6일 만에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년간 성과금과 격려금을 지급받지 못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데다 교섭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차안이 빠르게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2차 잠정합의안은 임단협 교섭이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면서 피로도가 가중된 조합원들의 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2년 연속 성과급도 없이 기본급 인상 소급도 받지 못하고 버텨온 만큼 이번에는 마무리를 짓고 2021년 임단협에서 성과를 내자는 노조 내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차 잠정합의안 당시처럼 ‘2년간의 투쟁의 결과물을 받아들 일 수 없다’는 노조 내 일부 강경 계파의 반대 여론이 또 다시 찬성 여론을 눌렀다.
노사는 다시 교섭 테이블을 마련해 3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로서는 두 번째 임단협 합의 시도 마저 무산된만큼 이 보다 진일보된 조건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영 여건상 이를 충족할 만큼의 액수를 받아낼 지는 미지수다.
한편 3사 1노조로 묶여 있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찬반투표에서 각각 56.2%와 51.4%의 찬성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켰지만, 또 다시 현대중공업 임단협 타결까지 기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