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사항과 다르게 만든 38개 품목 제조 중지
제네릭 난립방지 대책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한 기업의 일탈이 제약산업 옥죄는 규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
전문의약품 제조 공정은 식품과도 다르고, 건강기능식품과도 다르고, 일반의약품과도 다르다.
사람에게 투약하는 의약품인 만큼 국가에서 인정한 GMP 시설에서 함량과 제형을 정확하게 보고된 대로 만들어지는 게 상식적이다. 모든 제조공정에 정해진 규격이 있는 의약품 제조에선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바이넥스라는 회사가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과 다르게 제조 방법을 임의대로 바꿔 의약품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에 들어가는 사건이 있었다.
쉽게 말해 약을 만들어야 하는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을 한꺼번에 넣어야 하는 용량을 30 먼저 넣고 70을 그다음에 넣는 식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제조되지 않은 약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약품은 완전무결할 정도로 허가사항 그대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 불법 제조 혐의로 사용 중지된 총 38개 품목은 해열제(덱시부프로펜 성분),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 당뇨병 치료제(글리메피리드), 우울증 치료제(플루옥세틴) 등 환자들에게 흔히 쓰이는 약물이다.
바이넥스라는 회사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제네릭 위탁 판매를 굉장히 많이 하는 회사다. 바이넥스라는 회사 이름으로 나오는 의약품은 많지 않지만 약국이나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 중 이 회사가 제조한 약은 꽤 많다.
처방받은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먹어온 환자들 입장에선 바이넥스 사건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회 보건복지위에선 이번 사태의 본질이 제네릭 난립에 있다며 관련 규제 법안 통과를 준비하는 중이다.
바이넥스 사태는 시판허가 후 품질관리에서 문제가 확인된 것이지만, 결국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제네릭이 시판허가·유통되고 있는 현실이 바이넥스의 품질 조작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벌써부터 바이넥스가 위반한 약사법 규정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미 발의된 제네릭 난립 개선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땅히 바이넥스가 빠져나간 사후규제 시스템의 빈틈을 찾아 재발 방지 대응책 마련해야겠지만, 제약산업이 불필요한 과잉규제 장벽에 막히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섬세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바이넥스 잡으려다 현행법을 준수해온 선량한 제약사까지 규제 부담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일탈이 전체 제약업계를 규제로 옭아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