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30%를 돌파해 국민오디션의 위상에 오른 ‘미스트롯2’에서 놀라운 이변이 발생했다. 탈락자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오디션에서 반전 드라마가 나타났었지만, 아예 탈락했던 도전자가 우승까지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인데, 제주도 출신 두 아이의 엄마인 양지은이 그 주인공이다. 양지은은 아버지에게 신장 한쪽을 드린 효녀 스토리와 판소리의 내공이 깔린 안정된 가창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미스트롯2’에서 노출 의상 논란이 컸는데, 양지은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차별화됐다. 이것이 진의 품격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거기다가 탈락했다는 것도 중요한 스토리로 작용했다.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진달래 하차 이후 준결승 무대 20시간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재합류했다. 이런 극적인 스토리가 나타나자 양지은이 마치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주목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또 다른 놀라운 현상이 겹쳤는데, 바로 마스터와 제작진에 대한 공분이다. 마스터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시청자가 마스터와 대결하는 구도가 나타났다. 그래서 마스터들에게 찬사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오히려 시청자 투표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양지은은 탈락까지 당했었기 때문에 마스터들이 기피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것이 더욱 강한 시청자의 투표를 만들어냈다.
전유진이 중도탈락했을 때 지금까지 오디션에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분노가 나타났다. 탈락자에 대해 아쉬움은 오디션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전유진 탈락 사태는 그 수준이 아니었다. 프로그램 시청률을 직접적으로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되고, 이 사태로 인해 많은 시청자가 마스터와 제작진의 반대 세력을 자임하게 됐다.
전유진은 ‘미스트롯2’ 시작 전에는 압도적 존재가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국민 응원 투표 5주 연속 1위에 올랐다. 프로그램의 원톱이 된 셈이다. 그런 존재가 가창에 있어서 치명적인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중도 탈락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많은 시청자가 마스터 안티 세력으로 돌아선 이유다.
전유진이 경연을 진행할 때도 마스터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왔다. ‘서울 가 살자’나 ‘약속’ 등을 불러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데 마스터들의 평가는 대중 반응처럼 뜨겁지 않았다. 심지어 데스매치에서 패배하기까지 했다. 이래서 사람들은 전유진이 부당하게 푸대접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탈락 당시 제대로 노래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팀미션에서 마술 퍼포먼스를 한 후 허망하게 밀려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그것이 오디션 초유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 후 제작진과 마스터가 작당해서 어린 전유진을 잘랐다는 음모론이 돌았다. 제작진이 아이돌 출신을 진으로 미리 정해놨다는 소문도 돌았다. 근거 없는 상상이었지만 분노를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그 결과 마스터들에 대한 적대 감정이 투표로 표출된 것이다. 집단 분노가 과도한 음모론으로 비화하는 과정은 인터넷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문제와 별개로, 이 사태는 전유진의 뜨거운 인기를 말해줬다. ‘미스트롯2’에서 전유진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전대미문이다. 성인 오디션에서 일개 중학생이 원톱에 오른 것도 처음이고, 한 명 탈락했다고 다수 시청자가 적대 세력으로 돌아서 프로그램이 휘청휘청한 것도 처음이다. 중도탈락자가 결선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처음이다. 전유진은 비록 탈락했지만 막강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가히 ‘미스트롯2’ 무관의 제왕이라 할 만하다.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에 대한 불신, 공정성 의심은 으레 나타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미스트롯2’에선 그것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나타나 최종 순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사태엔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가장 크고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전유진 탈락이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