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코스피 순매도액 13조원...삼성전자 4조 팔아치워
“현재 지수에선 매도세 약해질 수 있어”…리밸런싱 목표비중 ↑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3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서면서 역대 최장기간 순매도 랠리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증권가는 국민연금의 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코스피가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선 만큼 매도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9946억원을 순매도했다. 43거래일째 순매도로 최장기간 매도 행진이다. 같은 기간 기관의 순매도 규모는 25조7375억원이다. 절반 이상의 매물이 연기금에서 쏟아진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도는 주가 급등에 따른 자산배분(리밸런싱) 재조정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은 국내와 해외 주식과 채권 등 자산에 따라 일정 비중을 정해놓고 목표에 근접하게 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코스피가 급등세를 타자 국내 주식 자산의 비중 초과로 매도에 나섰다.
증권가는 연기금의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작년 말 기준 보유한 국내 주식은 176조6960억 원어치로 전체 금융자산의 21.2%에 달한다. 올해 말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16.8%로 이 기준에 맞추려면 36조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팔아야 한다. 현재 13조원 가량을 매도한 가운데 연말까지 23조원 이상을 추가로 팔아야하는 셈이다.
연기금이 작년 12월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이 기간 4조18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어 연기금은 LG화학(8881억원), SK하이닉스(7592억원), 현대차(6738억원), 삼성SDI(5119억원), SK이노베이션(5043억원)등을 내다팔았다. 작년 주가 상승폭이 컸던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순매도가 이뤄졌다.
증권가는 연기금의 순매도가 오는 5~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기금의 올해 일평균 코스피 순매도 속도를 보면 6월 초 목표 비중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자산배분 목표 달성시점이 연말이라는 점과 코스피 연내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면 연기금의 순매도 속도는 6월 전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최근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3050인데 이 지수 수준에선 연기금의 매도세가 다소 약해질 수 있고, 지수가 높아지면 다시 세질 수 있다”고 밝혔다.
노 연구원은 “지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도세에 대해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밸런싱 목표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다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리밸런싱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는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자산배분 목표가 강세장이 나타나기 전인 작년 5월 말에 설정됐다는 점에서 연기금의 국내 주식에 대한 올해 목표 비중이 바뀌거나 2022년도 목표 비중이 올해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