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트렌드가 부추긴 ‘세컨드하우스 열풍’
“강원도 세컨드하우스 최적지, 편리한 교통망 덕분”
세컨드하우스는 말 그대로 두 번째 집이다. 주로 생활하는 집 외에 또 다른 집을 보유한 것을 말한다. 여가나 휴식을 즐기기 위한 별장 개념, 혹은 장거리 출퇴근을 위한 주택 등 다양한 필요에 의해 세컨드하우스를 두고 있다. 용도에 따라 전원주택부터 타운하우스, 오피스텔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세컨드하우스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 오랜 과거부터 별장 개념으로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자산가들이나 극히 일부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트렌드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세컨드 하우스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대중적 관심을 끈 건 2010년 초반부터다. 당시는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던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던 2010년 후반 본격적인 세컨드하우스 시대가 열렸다. 결국 세컨드하우스 수요의 증가는 워라밸 트랜드와 도심과 자연을 편하게 오가며 누릴 수 있는 교통여건의 발전이 겹치면서 ‘붐’이 일게 된 셈이다.
세컨드하우스의 주요 수요지로는 단연 제주도가 꼽힌다. 제주도 한 달 살기, 1년 살기가 인기를 끌면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는 도시 수요자들이 늘어난 셈이다. 제주도에서 장기 숙박을 위한 숙소를 운영 중인 A씨는 “한 달 살기로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매매, 분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손님으로 왔다가 이웃 주민이 된 친구가 있다. (숙소 별로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한 달 살기 열풍이 불면서 숙소 가격이 점점 높아지게 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숙소를 구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제주도가 세컨드하우스 성지로 꼽혔던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목가적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실제로 제주지역에 순유입된 인구는 2015년 1만4257명, 2016년 1만4632명, 2017년 1만4005명 등 3년 동안 한 달 평균 1200여명 가까이 제주도로 들어왔다. 이 시기는 제주도 전입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다. 같은 기간 제주도내 땅값 상승률도 2015년 7.75%, 2016년 8.33%, 2018년 4.99%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해 ‘부동산 열풍’이 휩쓸었다.
제주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포화 상태에 이르자 또 다른 지역이 세컨드하우스 인기지역으로 떠올랐다. 2018년부터 제주지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수치다. 제주도에 이어 새롭게 관심을 받는 지역은 강릉과 속초를 중심한 강원도의 해안 도시들, 경기도 양평과 가평 등이다.
강원도는 제주 부럽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두고 교통망이 정비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 강일IC에서 양양IC까지 90분대 접근이 가능해졌고, 강릉역 개통으로 전국 대부분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였다. 한 예로 강원도 내의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인 속초는 서울에서 KTX로 1시간 15분가량이면 도착하다. 게다가 서울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주거비용이 싸다는 점도 강원도의 세컨드하우스 열풍을 이끌었다.
현재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유송이(34·가명) 씨는 “일반인들은 물론 방송에서 여러 차례 소개됐듯 연예인들도 많이 유입되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인지 연예인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땅값도 많이 오른 상황이다. 현재 북한강을 끼고 있는 최고급 주택의 경우는 평당 1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수혜지다. 고속도로, 지하철, KTX 등 교통망이 편리해진 것이 가장 크다. 최근 불고 있는 세컨드하우스의 최적지로 꼽힐 수 있는 요인도 교통여건 덕에 가능할 수 있었다”면서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교통까지 좋아지니 많은 이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