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그날들’, 주크박스 뮤지컬의 단점은 덜어냈지만…

2021년 2월 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고(故) 김광석의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같은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김광석의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그런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을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탄생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 ‘그날들’은 그런 면에서 ‘도전적’인 작품이다. ‘그날들’은 고 김광석의 노래인 ‘그날들’ ‘이등병의 편지’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나의 노래’ 등 20여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는 스토리에, 고 김광석의 음악이 덧입혀진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이미 정해진 음악에 스토리가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작품의 개연성 부족, 허술한 구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날들’은 2013년 초연 이후 현재 다섯 번째 시즌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변화와 성장을 거쳐 멜로와 스릴러가 적절히 배합된 촘촘한 서사로 흔히 보이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단점을 제법 덜어냈다.

온전히 고 김광석의 음악을 추억하기 위해 관극을 결정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스토리에 맞게 음악에도 변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원곡이 주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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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경호원들(앙상블)이 대거 등장해 아크로바틱, 특공무슬 등을 접목한 안무를 선보이면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의 ‘변해가네’를 부르고, 경호원 대식이 그가 보호하는 고등학생인 하나가 우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노래하는 대목 등은 원곡의 서정적이고 예민한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또 김광석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는 극중 무영이 ‘벗은 여인의 사진’을 꺼내는 장면에서 노래하는데, ‘나는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며’라는 가사를 1차원적으로 해석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원래의 모양새와는 다르게 변화된 이 음악들을 또 하나의 ‘창작물’로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오히려 고 김광석의 노래를 추억하는 것이 아닌, 뮤지컬 ‘그날들’의 넘버로서 음악과 스토리, 무대 자체를 바라본다면 충분히 함께 웃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날들’은 개막 이전 아이돌 그룹 SF9 멤버 인성의 첫 뮤지컬 데뷔작으로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넓은 공연장을 채우기엔 발성과 성량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밸런스가 무너진다. 무대 연기도 처음인지라 걸음걸이부터 어색함을 감추기 어렵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고 하지만,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야 할 주연 자리에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세운 건 전형적인 스타 캐스팅의 실패한 사례로 남을 듯 보인다.

공연은 2021년 2월 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