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협회 설립 이래 이사장, 본부장 등 요직 관세청 출신이 독식
코로나19로 면세업 ‘사면초가’, 보은인사 보다는 위기 대응 적합한 인재로
보세행정 경험 있는 전문가 찾기 힘들어 공무원 출신 비중 높을 수 밖에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선출을 놓고 면세업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협회 설립 이래 관세청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독점하면서 관피아 논란이 커지는 반면 면세업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26일 이사장 채용 공고를 냈다. 협회 이사장은 협회장 바로 밑에 위치한 임원으로 협회 업무 기획 및 총괄을 담당한다. 협회장은 면세업체 대표이사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구조여서 이사장은 사실상 협회의 안살림을 맡아 하는 자리다.
협회는 보세화물, 관세행정, 면세업계 경력 20년 이상으로 고위공무원 또는 임원경력 2년 이상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웠다.
이번 이사장 채용에는 관세청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 두 명이 지원했다가 한 명이 철회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면접에서는 한 명의 지원자만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2004년 11월 한국면세점협회 설립 이해 16년 간 이사장과 본부장 등 요직을 관세청 출신들이 대부분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처럼 코로나19로 면세업이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전관예우 보다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현재 면세점협회 조직도를 보면 협회장-이사장-본부장 각 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본부장 산하에는 2단(경영지원단, 사업지원단), 4처(운영지원처, 경영기획처, 인도장운영처, 물류지원처)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중 실무를 담당하는 2단, 4처를 제외한 이사장과 본부장은 그동안 대부분 관세청 출신들이 차지해왔다. 전임 김도열 이사장은 인천공항세관장을 역임했고 현재 변동욱 본부장도 관세청 출신이다.
면세점협회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업체로 퇴직 전 일정 기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가 협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경우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가 적용된다.
임원 뿐만 아니라 보세사 등 실무 직원들도 다수 관세청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협회에 재취업한 관세청 퇴직 공무원은 50여명으로 이 기간 재취업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전관예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다른 산업과 달리 면세산업은 특허를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종의 허가산업인 만큼 관세청 출신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허가권이 관세청에 있다 보니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세청 인력 인프라를 갖고 있는 퇴직자 출신이 채용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산업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보세화물, 관세행정, 면세업계 경력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관세청이 아니면 면세업계 밖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면세업계 종사자의 경우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채용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면세점 입찰 때마다 경쟁사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반복되는 만큼 협회 요직에 특정 기업 출신이 앉을 경우 경쟁사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논리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청 출신들의 협회 이동은 그동안 채용 때마다 불거지는 일”이라면서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업계 상황이 심각한 만큼 관심도 많고 이에 대한 불만도 큰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