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체와 말 바꾸기는 진보좌파의 일상다반사
보수 야당, 분노하는 척 말고 이겨서 심판하라
민주당이 내년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리라는 것은 필자도 알고, 야당들도 알고, 국민들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것을 정말 모르고, 그들이 이번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기 전의 ‘거룩한’ 당헌대로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사람은 바보이거나 천연기념물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바보나 천연기념물이 이번 주에 무더기로 출현해 아주 어리둥절하다. 마치 초현실 세계에 사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언론들과 야당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언론은 보수우파뿐 아니라 진보좌파 매체들도 대부분 그 비난에 동참했고, 정당 또한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범여권들도 가세했다.
이것은 사실 재미있는 비판 거리이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고 그들이 한국의 양대 도시 권력을 다시 장악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한편으로 기대와 안도를 가지면서 명분론으로 그들을 나무람으로써 자신들 언론과 정당이 정의 편이라는 실리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우파 언론들과 제1야당 국민의힘이 보기에 잘난 체와 말 바꾸기는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좌파의 일상적 다반사(茶飯事)이다. 매일 밥 먹고 차 마시듯 그들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 거룩한 척하고 그러다 또 그것을 간단히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들이 착한 척하고, 정의로운 척하고, 도덕적인 척하는 것들에 속을 만큼 속아 와서 이젠 그러려니 하고 있다. 이번 당헌 개정 ‘사기’는 대통령 문재인이 당 대표로 있던 2015년 경남 고성 군수 보궐선거가 치러질 무렵 안 해도 될 잘난 척을 한 게 화근이었다.
사실 민주당의 이번 사기 또는 장난질이 아니었더라면 전 고성 군수 하학렬의 억울함(?)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던 그는 소득세 체납액 480여만원 중 가족들의 실수로(본인 주장) 28만5000원을 후보 등록 전에 미납해 120만원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됨으로써 군수 당선이 무효가 됐다.
3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실수로) 안 내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에 새누리당은 ‘당연히’ 후보를 냈고,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민주당 대표 문재인은 ‘우리 당은 절대로 새누리 같은 후안무치한 짓은 안한다’는 듯 당헌 96조 2항으로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명시해 놓은 것이다.
당시 문재인이 선거 지원 차 고성에 내려 와 “새누리당은 여기 고성에서 무책임하게 또다시 후보를 내놓고 또 표를 찍어달라고 합니다. 새누리당이 책임져야죠. 후보 내지 말아야죠”라고 한 영상이 공개돼 얼굴 한 번 참 뜨겁게 됐다. SNS 시대에는 내로남불 발언이 누군가에 의해 바로 귀신같이 검색돼 공개되므로 거짓말하기를 두려워해야 하고 어렵게 알아야 하는데, 법무부장관 추미애를 비롯해서 진보좌파의 많은 이들이 더 뻔뻔스럽게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엊그제 넘어야 할 산을 가볍게 넘었다. 이른바 당원 투표라는 형식으로다. 오늘날 정당, 특히 문빠들의 소굴인 더불어민주당 내의 여론 조사라는 것은 물어 보기가 무섭게 거의 100% 찬성 또는 반대가 나오는 공산당 식 자동 거수기다. 이런 걸 가지고 여론을 통해 당헌을 개정한다고 얼굴을 쳐들어 대니 거의 50년 전인 1970년대 유신 정권의 유정회(정권이 임명한 국회의원들로 이뤄진 공화당 2중대)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당헌 뒤집기 과업을 무사히 달성한 민주당 대표 이낙연은 “매우 높은 투표율과 높은 찬성률로 당원들께서는 후보자를 내서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려주셨다”고 말했다. 이낙연이 매우 높다고 한 투표율은 사실은 26.35%였다. 양심은 있었던 듯 그로서는 그 숫자나마 매우 감사한 참여율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 색깔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사람이 자꾸만 이런 역할이나 맡고 있으니그의 갈 길이 매우 멀어 보인다.
당헌 개정 ‘후기’(後記) 중 압권은 이 당 최고위원 신동근의 말이었다. “국민들도 사실은 여야가 시장 후보를 다 낼 거라고 알고 계셨다. 그걸 (민주당이) 결단해서 현실화시킨 것일 뿐이다” 이렇게 솔직하고 대담할 수가 없다. 자기들 끼리나 할 법한 말을 방송에 대고 해 버리다니...
기계공고-치대를 나온 운동권 치과의사 출신 재선의원인 신동근(58)은 지난 달 검찰총장 윤석열의 국감 발언 후 ‘윤나땡’(윤석열이 대선 나오면 땡큐)이라고 말해 인지도를 높인 인물이다. 앞으로 방송에서 그를 찾는 일이 많아져 그의 돌출 발언도 잦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언론 매체에 기사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에 재미를 붙이지 않을까 전망된다.
민주당과 진보좌파가 자기네 소속 시장이 성추행이라는 ‘중대한 잘못’으로 사퇴하거나 자살해 보궐 선거가 실시됐을 때에도 아무렇지 않게 후보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위에서 말한 대로 능히 예상했던 일이다. 필자는 이미 3개월여 전에 ‘민주당은 마음에 없는 당규 없애고 맘놓고 공천하라’(데일리안 정기수 칼럼 - https://www.dailian.co.kr/news/view/907435 고 그 ‘부담’을 덜어준 바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기껏 민주당의 후보 공천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해 왔을 것이면서도 당헌이 공식적으로 개정되자 당황하고 분노하는 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기싸움 전략으로 추천할만하지 않다. 그냥 냉소하는 게 좋다. ‘흥, 너희들 그럴 줄 알았다. 누가 됐든 나와 봐라. 보기 좋게 때려 눕혀 주겠다.’라고 의연해 하는 호기 말이다.
나이든 남자들의 성 비위로 생긴 선거이니만큼 후보는 젊은(40~50대) 여성이 시민들에게 더 안정감과 호감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나고 참신하며 의지가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들이 경선에 나오고 그 중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잡음 없이 선출되도록 지금부터 작업을 밤새워 가며 해야 한다.
나라의 제1, 제2 도시 권력이 욕심나니까 자기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당헌, 당규를 내팽개쳐 버린 당에 대해 ‘2차 가해’니 뭐니 하며 손가락질 해봐야 공허하기만 하다. 그들의 비양심과 철면피를 단죄하는 길은 선거에서 압승하는 것뿐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