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억 규모 ‘광주 지방세 카드대납 사기’ 민원…금감원 "분쟁조정 사안 아냐"
‘카드대여’ 가볍게 생각했다 더 큰 피해 야기할수도…이용자 인식개선 '시급'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올해 첫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신용카드로 세금을 대신 납부해주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유인한 뒤 카드결제대금을 ‘먹튀’하는 사기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지방세 대납 카드사기사건’ 이야기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인원만 대략 500여명,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은 총 260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최초 몇 차례에 걸쳐 카드를 빌려가 세금을 대납한 뒤 결제금액과 약속된 수수료를 꼬박꼬박 지급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러던 어느날 고액의 세금을 일시에 결제한 뒤 갑자기 연락을 끊고 돈과 함께 잠적하는 수법이다.
사기범 일부가 붙잡혔지만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지방세와 같은 세금의 카드결제는 취소가 불가능한데다 여죄 등으로 사기범에게 돈을 돌려받을 길이 난망해지면서 결제대금이 고스란히 카드를 빌려준 이들의 빚으로 남게 된 것. 이 중 일부는 카드사 본사가 있는 서울로 상경해 카드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주장하며 일부 보상을 요구했다.
시민단체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역시 카드사 차원의 피해자 구제가 필요하다며 우회 압박에 나섰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경우 지난달 중순까지 일선 카드사와 금융당국에 민원인 대출현황 및 잔액, 연체금액, 지방세 대납을 위한 특별한도 부여시 고려사항, 민원인의 부실채권 매각여부 및 추심여부 등 자료를 잇따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끝내 난색을 표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타인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카드깡’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 이를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표준약관 상에서도 회원이 카드를 고의로 부정사용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본인이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배상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는 데다 사기 및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 선례를 남길 경우 향후 무분별한 민원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일말의 여지조차 없었다”고 못박았다.
금감원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을 고심 끝에 최근 반려시켰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법으로 금지된 카드 대여에 적극 나서는 등 사안의 위법성이 농후해 분쟁조정 대상에 적정한지 의문인데다, 만약 권고에 나선다고 해도 당사자인 카드사가 (여타 위법 사항 없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해당 결과를 양측에 통보했다” 설명했다.
이에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의 공방은 일단락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뒤에도 지방세 대납 사기사건은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전주에서 150억원 규모의 사건이 발생했고 6월에는 광주에서 또다시 억대 카드대납 사기사건이 접수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도적으로 이같은 대납사기를 막을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기범에 동조해 불법 현금융통에 나서는 이들을 완벽하게 걸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이같은 사건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 정비에 기반한 시스템 강화, 여기에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피해자 상당수가 ‘용돈벌이 삼아’ 카드를 빌려줬다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카드대여 행위는 ‘착오송금’처럼 단순 실수가 아닌 엄연한 불법행위다. 수익을 얻으려다 스스로 자행한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설득의 힘을 얻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