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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열기에 덩달아 뜨는 스팩상장…흥행 성적표는 '글쎄'


입력 2020.09.23 05:00 수정 2020.09.22 14:37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올해들어 21곳 스팩 신규 합병 추진…2018년 13개보다 8개↑

평균 청약 경쟁률 3.28대 1…수익률도 시장 평균에도 못미쳐

과열되고 있는 공모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팩(SPAC)의 청약 경쟁률과 주가 수익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최근 과열되고 있는 공모주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투자자 실익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물량이 제한된 공모주보다 접근하기 쉬워 유동성이 흡수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주가 흐름으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번 달 21일까지 총 21개의 스팩이 합병을 추진했다. 지난해 전체 신청 스팩인 19개보다는 2개, 2018년 전체의 13개와 비교해서는 8개가 늘어난 규모다. 올해 상장·심사가 승인됐거나 청구서가 접수된 기업도 17개로 지난해 전체의 15개보다 2개 증가했다.


스팩은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집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3년 안에 피인수 기업을 찾아 합병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을 통해 상장하면 별도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수요예측이나 공모가 산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공모자금의 9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스팩 특성상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스팩은 3년 내 합병하지 않으면 청산절차에 돌입하는데 이때 투자자에게 공모가에 해당하는 원금과 예탁금 이자를 돌려준다. 합병에 성공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원금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증권가는 스팩이 최근 과열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공모주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한 알짜 기업들이 아닌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위상이 격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무벡스가 직접 상장 대신 스팩을 선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40.26%)의 자회사인 현대무벡스는 지난 달 11일 NH스팩14호와의 합병을 위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공모주 청약으로 받을 수 있는 신주가 한정돼 있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가 스팩을 선택해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대형 공모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을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다음 달 8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금 환불이 마무리되면 시중 유동성이 청약 열풍으로 존재감을 각인한 스팩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하지만 커지는 규모와 달리 흥행은 저조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번 달 21일까지 공모 청약을 실시한 14개 스팩의 평균 경쟁률은 3.28대 1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공모 청약을 실시했던 30개 스팩이 기록한 평균 경쟁률인 184.43대 1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IBKS스팩13호'의 경쟁률도 11.01대 1로 지난해 '이베스트이안스팩1호'의 1431.05대 1에 크게 못 미쳤다.


주가 수익률도 지지부진하다.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IBKS제13호스팩은 7월 15일 2010원에 상장했지만 이번 달 21일 마감가가 2020원에 그치며 비슷한 수준에서 머물렀다. 8.71대 1의 공모 경쟁률을 기록했던 '케이프이에스스팩4호'의 주가 역시 지난 21일 2020원으로 마감하며 1980원이던 공모가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다.


이번 달 4일 하루 만에 29.85% 오르면서 투자자 관심을 끌었던 '대신밸런스제6호스팩' 역시 4200원까지 상승했다가 지난 17일 3450원까지 떨어져 상승분을 반납했다. 1~2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으로 인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심이 쏠리면서 급등세를 나타냈다가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사라지자 약세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스팩 합병 기업을 꼼꼼하게 선별해 투심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모주'라는 방식 자체가 인기를 끌면서 스팩으로 투자자 눈길이 옮겨가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청산·무산되는 스팩들이 많은 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위주로 합병 및 상장을 진행해 성장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스팩합병은 수요예측과 공모가 결정 등을 거치지 않아 기업들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예측할 수 있어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올해에도 스팩들이 합병 기업을 발굴하지 못해 청산된 경우가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실제로 성공적으로 상장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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