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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승격' 복지부 아닌 전문가 손 들어준 文대통령, 왜?


입력 2020.06.06 00:10 수정 2020.06.06 04:1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질본 사실상 축소" 비판 여론 쇄도하자 재검토 지시

靑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애초 취지 맞게 조직 보강"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질병관리본부 소속 연구기관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질본의 '청' 승격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에 대해 사실상 보건복지부가 아닌 전문가의 손을 들어줬다. 질본의 확대 개편으로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가 복지부 산하로 이관되는 건 질본의 연구 기능을 되레 빼앗는 것이란 전문가들의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질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연설에서 질본의 질병관리청으로의 승격을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핵심 연구 기능을 담당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산하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무늬만 승격'이란 지적이 나왔다. 질본의 예산과 인력 축소를 유발해 질본의 코로나19 대응 역량을 약화할 거란 것이다. 실제 질본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 정원은 160명 가량, 예산은 15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거론되는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에도 연구 기능이 필요하다.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겠다"면서 정부조직법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 본부장이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읽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특히 바이오헬스산업 기반 역량 강화를 위해 복지부 이관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도 지난 3일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연구소 개편을 통해 임상연구, 백신개발지원, 신종 국가바이러스 연구 등의 기능을 추가·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문 대통령은 조직개편안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형식적인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4일 게재한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날 오후 4시 3만명 가까이 동의를 얻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당초 조직을 축소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국립보건연구원 안에 있는 감염병연구소는 전체 바이러스 연구를 통합하고 산업과도 연계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려면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라고 조직개편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의 의견이 있었고, 이를 종합적으로 대통령께서는 숙고하신 끝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리신 것"이라며 "질본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애초의 취지에 맞도록 충분한 조직보강과 협업 체게를 구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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