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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개성공단 재가동 가시화…현대그룹 대북사업 청신호


입력 2018.04.28 06:00 수정 2018.04.28 06:07        박영국 기자

판문점 선언에 대북 경제제재 해제시 경협 착수 위한 포석 깔려

개성공단 2단계 건설사업,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기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판문점 선언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판문점 선언에 대북 경제제재 해제시 경협 착수 위한 포석 깔려
개성공단 2단계 건설사업,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기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포함한 남북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과 금강산관광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과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날 발표된 공동 선언문에는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아직 유효한 상황에서 경협이란 표현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조항을 살펴보면 향후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북 경제제재가 풀리면 남북 경협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한다”는 내용은 향후 개성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한 것도 향후 남북 경협을 위한 포괄적인 제반조건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과거 대북사업을 주도해 왔던 현대그룹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이자 금강산관광의 주사업자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폐쇄 이전까지만 해도 공난 내 호텔과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 지원시설을 운영해 왔으며,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었다.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경우 지원시설 운영뿐 아니라 신규 건설사업과 오랜 기간 방치됐던 시설물의 개보수 등 사업 기회가 많다.

특히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협 규모가 이전보다 확대될 경우 무산됐던 2단계 건설사업도 재개해 사업 규모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현대아산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공장구역 150만평과 생활·상업·관광구역 100만평 규모의 2단계 건설사업을 구상 중이었으나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발효된 5·24 경제제재 조치 이후 좌절됐었다.

대북 경제제재가 풀리고 민간 교류가 확대되면 10년 만의 금강산 관광 재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1998년 11월 18일 관광객 1360여명을 강원도 동해항에서 북한 장전항까지 금강호로 실어 나르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해 10년가까이 진행했으나,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이 쏜 총탄에 의해 사망하면서 중단됐었다.

지난 10년간 북한에 의해 동결 상태인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해금강호텔, 온정각, 부두시설 등 자산을 다시 회복해 개보수한다면 관광사업 재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사업 재개는 극도로 위축된 현대그룹의 사세(社勢) 회복을 위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다.

현대그룹은 과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기둥 삼아 대기업의 위상을 이어왔으나 2016년 해운 구조조정 사태를 겪으며 현대상선은 물론 현대증권까지 잃고 자산규모 2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전락했다.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의 계열분리 이전까지만 해도 그룹의 자산총액이 12조원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10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현재 보유한 계열사는 대북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 외에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엔아이 등 12개다.

하지만 남북경협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가 이뤄질 경우 현대아산의 재도약과 함께 현대그룹은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이미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한 ‘비상대응 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인 경협 채널이 열릴 때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인 준비 절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도 대북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경협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재개)시기가 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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