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26일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 선고
현행 양형기준엔…허위사실 공표하면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200만~800만원 벌금형
허경영, 방송서 "나는 이병철 양자"…법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확정
추미애, 2016년 허위 발언 혐의 벌금 80만원 선고…의원직 상실형 피한 사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은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압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 "핵심적이고 전체적인 의미는 피고인이 시장 재직 당시 고(故)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것이므로 인식에 관한 것이지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인식에 관한 내용일 뿐, 교유행위를 부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故) 김문기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독자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발언 의미를 추후에 새겨 외연 확장한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힘 측이 제시한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이 대표가 '조작된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고,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서도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로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하면 이는 정치적 의견표명에 해당함으로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가 백현동의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며, 이를 '협박'이라고 표현한 것을 허위 사실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현행 선거 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200만~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게 돼 있다. 다만 죄질이 경미하면 70만~300만원으로 형량이 감경되고, 전파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등의 사유가 있으면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000만원까지 가중될 수 있다.
앞서 이옥철 전 경남도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보물 전과 기록란에 허위 사실을 적은 혐의로 기소,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는 과거 도박 전과에 대해 "친구 대신 벌을 받았다"고 했지만 법원에서 본인이 직접 도박을 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규민 전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경쟁 후보였던 김학용 미래통합당 후보에 대해 "김 후보가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을 공보물에 담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자동차전용도로였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과거 선거법 위반 수사도 받았던 이 전 의원은 '고속도로'라는 표현이 문제 될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다수의 유권자가 접할 수 있는 방송에서 거짓말을 한 경우 형량은 가중됐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는 2022년 대선 방송 연설 등에서 "나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역이었다"고 말해 기소됐다. 법원은 "허씨는 판결 이후에도 허위 사실을 사회에 유포하거나 향후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공표할 가능성이 농후해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의원직 상실형을 피해 간 사례다. 그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기자 간담회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광진구에 법조 단지를 존치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허위 발언을 해 벌금 80만원을 확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원은 추 의원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총선 당시 지지율과 선거 결과 등을 보면 유권자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방송 토론회 등에서 경쟁 후보를 향해 "개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땅을 샀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도 같은 해 선거에서 공보물에 고용률 및 실업률 관련 허위 사실을 넣었다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범행의 고의가 없다"며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