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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화 대치 속 방사청도 우왕좌왕…KDDX 사업 결정 ‘표류’


입력 2025.03.27 11:19 수정 2025.03.27 13:09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수의계약 vs 경쟁입찰 분과위 결론 또 무산

기업 갈등에 정치 계산까지…판단 유예 반복

조선 빅2 충돌에 흔들리는 해군 전력 청사진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HD현대중공업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멈춰섰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대립에 방위사업청도 판단을 유보한 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기술이 아닌 정무적 셈법과 이견 충돌이 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이 이날 열기로 했던 KDDX 사업 방식 논의를 위한 사업분과위원회를 취소하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동일한 안건을 논의했지만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을 둘러싼 위원들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25명의 분과위 위원 중 과반수가 수의계약 의견에 동의했으나 외부위원 6명이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내달 2일로 예정됐던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안건 상정도 무산됐다.


KDDX는 국내 기술로 선체와 전투체계를 모두 설계·제작하는 첫 국산 이지스 구축함이다. 총 6척을 건조할 예정이며 사업비만 약 7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원래는 지난해 중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양대 조선사의 입장차와 방사청의 판단 유예로 약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앞서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관행에 따라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설계의 연속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고려하면 기존 사업자가 이어서 진행해야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한화오션은 군 기밀 유출 논란 등을 들어 HD현대가 사업자로 부적절하다며 입찰 경쟁을 통한 사업자 선정을 주장해왔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사청 내부적으로는 수의계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지만 외부 민간위원들의 반대가 있다”며 “경쟁입찰로 전환하자니 일정 차질과 기술 연속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조율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KDDX 사업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국내 조선 방산 산업의 재편 구도 속 상징적인 대결로도 해석된다. 방산 부문 통합을 마무리한 한화는 함정 건조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도약을 모색하고 있고 HD현대는 기존 이지스함 설계 경험과 독자 기술을 앞세워 방산 주도권 수성에 나서고 있다.


향후 해외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양사 모두 단순 수익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소·고발까지 오가는 강대강 대치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겹치며 방사청의 판단은 더욱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가운데 수천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결정을 강행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방사청이 부담을 피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차기 정부로 결정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상생협력 방안을 보완한 뒤 5월 초 열릴 예정인 방추위에서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위원 간 견해차와 정치 리스크를 고려하면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방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술 문제는 이미 정리됐고 예산도 확보된 상황인데 구조적인 결정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선도함 건조 일정은 물론 해군의 중장기 전력 확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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