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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17 한국경제결산] 3%대 성장률에 가려진 허약한 경제구조


입력 2017.12.18 06:00 수정 2017.12.18 06:40        이소희 기자

올해 성장률 2년 만에 3%대 회복, 연초 전망치 웃돌아

수출이 성장률 개선 주도, 내수·소비 완만한 증가세 진행

‘깜짝 성장’에 경기 둔화 우려, 대외 의존도·리스크는 여전

올해 성장률 2년 만에 3%대 회복, 연초 전망치 웃돌아
수출이 성장률 개선 주도, 내수·소비 완만한 증가세 진행
‘깜짝 성장’에 경기 둔화 우려, 대외 의존도·리스크는 여전


격동 속에 맞은 2017년 한 해도 저물고 있다. 조기 대선을 맞으면서 정치·사회·경제적인 불확실성을 겪어냈고,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된 만큼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도 완연히 달라졌다. 여러 전환점과 위기 속에서도 3년 동안 2%대에 머물렀던 우리 경제는 3%대 경제성장률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고용한파와 달라진 세법,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등 쉽지 않은 과제도 남겨뒀다. 올 한해 경제지표와 변화된 경제정책, 영향을 미친 경제요인 등을 살펴본다.

◆경제성장률 3%대·수출호조세·좋아진 경제지표, 문제는 모래성

10여 년간 연도별 경제성장률 추이. 정부와 경제 관련 연구원들은 2017년 경제성장률을 3%대로 확신하고 있다. ⓒ그래픽 조예진 디자이너

정부와 국책연구소, 민간경제연구원, OECD 등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경제성장률을 3%초반으로 사실상 확정하고 있다.

작년 탄핵정국을 겪으며 암울했던 올해 경제전망치와는 달리 올해 1분기 2.9%대(전기 대비 1.1% 상승)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출발해 2분기에는 2.7%로 주춤했다가 3분기에는 3.8%로 상승해 정점을 찍고 4분기에는 소폭 경기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사실상 수출시장이 견인했다. 13개월째 증가 흐름을 이어가면서 특히 3분기 수출증가율이 전기 대비 6.1%나 끌어올려지며 소비도 늘어난 것으로 지표상에 나타나있다. 정부의 의도적인 내수 진작책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한 해 경제전망치도 달라졌다. 정부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3%대 성장은 확실하다”고 거듭 공언하고 있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에 들어 경제성장률을 0.5% 상향조정해 3.1%대 성장을 전망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IT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 성장률 개선을 주도했고, 투자가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 내수도 양호한 흐름이며, 소비는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이 같은 총량적 성장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제 관련 연구원들과 각종 경제 관련 세미나에서는 ‘깜짝 성장’으로 규정하면서 지속성장 가능 여부에는 부정적인 전망치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한국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으며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경기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의 분석치에도 경기 회복세 둔화는 예견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독주세인 반도체 가격 변동과 유가 상승, 교역요건 약화, 사드(THAAD) 해법 등이,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북한 리스크, 가계부채,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에서 기인한 인건비 상승 등이 변수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크게 높아졌으나 4분기에 들어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반전되고 있어, 현재의 경기상승 기간이 예상외로 짧을 것”이라며 “선행지수가 경기하강을 보이는 가운데 동행지수가 급락하면서 경기 회복 국면이 단기간 내 종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통계청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10월 들어 하락했으며, 경기 방향성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도 역시 10월 들어 하락세로 반전된 부분을 들었다.

지속 성장을 위해 챙겨야 할 부분으로는 중장기적인 경제 역동성 복원과 안정적인 경제 성장 확보의 필요성과 함께 재정확대와 긴축의 상반된 정책 기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의 성장목표치 보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여기저기서 제시되면서 자칫 경제성과의 모래성 대신 실질적이고 튼튼한 기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정책방향, 경제구조 바꿀 수 있을까? “시간이 필요해”

이 같은 관점에서 새 정부도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대폭 전환했다.

경제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소득 확충과 소비 활성화에 중점을 뒀던 것에서 지난 5월 들어선 새 정부의 기조를 담아 7월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큰 틀에서 ‘사람중심 경제’ 실현을 위한 J노믹스에 시동을 걸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중소벤처 주도의 창업과 혁신성장이 주요 전략 방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의 방향과 주요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요 측면에서의 소득주도성장과 공급 측면에서의 혁신성장을 두 축으로,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런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공공일자리 늘리기 등을 대표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세법개정안도 마련됐다.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경유세 세율 인상 등 조세·재정 정책 기틀을 세웠지만 여당 주도의 증세 시도로 결국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제한적이지만 폭이 넓어진 증세가 수정안을 거쳐 현실화됐다. 정부는 일자리위원회와 조세·재정정책개혁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각별히 챙긴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정책에도 고강도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다.

투기 수요가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다주택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청약 관련 규제 등을 담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업계는 긴장했다.

이를 여세로 후속대책과 가계부채 대책, 주거복지 등 부동산 관련 대책들이 연달아 공표됐지만 아직까지는 관망세다. 집값 하락 예측이 반짝했다가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아지면서 부동산 가격 불안을 사전에 방지하고 시장안정화 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세수 여건이 개선됐다지만 재분배에 역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재정 건전성 확보와 우선순위, 일자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업의 협조가 성공의 관건이다. 노동시장 정책의 안전성 도모와 함께 시의성과 유연성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도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보다도 0.4%포인트 높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1.4%로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때문에 정부도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행동으로 옮기며 변화를 다잡고 있다. 현실적인 여건과 가능성을 점검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KDI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시스템에 대한 구조개혁 정책을 상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올 한해 경제에 영향을 준 키워드…사드·FTA개정에서 금리인상·비트코인까지~

2017년 한 해 우리 경제는 북핵 문제로 야기된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박 등이 연쇄적으로 등장했다.

북한의 잇따른 핵도발 위협으로 사드 배치가 추진되자 중국은 전방위적 경제보복을 단행, 관광, 유통, 한류 콘텐츠산업에 단기간 많은 손실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부품이나 중간재에 대한 수출 전선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게 했다.

이번 13일부터 3박4일 일정의 문 대통령 방중에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을 약속하면서 사실상의 사드보복 철회 공식화라는 해석이 나오고는 있지만 한번 깨진 신뢰관계가 회복되기는 아직 이르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동유럽, 아세안 등 신규시장 공략과 함께 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수출도 전략화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과 중국이 내년 초에 개시하기로 합의한 한중FTA 서비스·투자 협상이 ‘제2의 사드보복’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트럼프대통령 취임 이후 요구된 한미FTA 개정 논의도 이미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가 한미 FTA 개정 협상계획을 18일 국회 산업통상위원회에 보고하고 개정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양국 모두 국내 절차를 완료하면 협상 시점을 합의한 뒤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돼, 자국 이익의 균형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율 조정과 세탁기와 냉장고에 세이프 가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 개정으로 자동차·기계·철강업에 미국이 관세율을 올리면 앞으로 5년 동안 수출은 최대 170억 달러가 줄고 일자리는 15만4000개 감소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또한 정부는 피해가 우려되는 농축산물 개방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이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어 14일 미국 연준까지 올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 발표를 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됐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르면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화가 우려되는 취약차주는 전체 부채보유가구의 2.9%에 달하는 32만 가구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의 7%에 달하는 94조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미 연준은 내년에 금리를 3차례 올릴 것이라고 시사함에 따라 가계부채 부실 우려와 미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를 경우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앞을 지나는 시민이 가상통화 시세가 뜬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 등 새로운 가치의 온라인 가상화폐의 등장도 이슈를 넘어 광풍으로까지 번지며 투기나 해킹 등 문제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입법조치를 거쳐 투자자 보호, 거래 투명성 확보조치 등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가상통화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통화 거래소 운영도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등의 의무화를 검토하는 등 보완책 마련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서 시작된 탈원전 논의의 공론화, EU발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으로 한국을 지정한 배경과 파장, 종교인 과세 형평성 논란 등이 올해 키워드에 등장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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