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경제민주주의', 합리적? 그 밥에 그 나물?
"양보와 타협 강조…경제민주화 보다 합리적"
"노조 합의 이끌어내지 못하면 기업만 희생양 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화두로 꺼낸 ‘경제민주주의’를 놓고 재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경제 민주주의’를 기존 ‘경제민주화’라는 개념보다 합리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결국은 ‘대기업 옭죄기’라는 점에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는 쪽은 이날 문 대통령이 경제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를 제시한 것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으고,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대기업이 횡포를 부린다는 전제 하에 대기업이 거두던 이익을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나누겠다는 식이었는데, 각 주체가 조금씩 양보해야 된다는 언급이 이뤄진 것만 해도 전보다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대두된 일자리양극화 이슈만 해도 일방적으로 기업에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기존 정규직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의 양보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 역시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구체적 의미가 나오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합의하자는 얘기 자체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니 나쁘지 않다”면서 “정부만의 의지로는 어렵다는 얘기는 정규직화 정책을 펼치면서 단순히 재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는 의미로 보이며, 결국 정책의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된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노사정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자고 했는데 이는 언제든 환영”이라며 “경제민주주의를 하려면 기업의 일방적 양보가 아닌 일부 강성노조 등 노동계의 양보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용어만 달라졌을 뿐 결국 과거 경제민주화 논의가 이뤄질 때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언급한 게 결국은 대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경제민주주의 발언은 결국 경제민주화로 가자는 의미로 보인다”면서 “사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방향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격차를 줄이자는 이번 발언은 결과의 평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또 “노사정 모두 양보하자는 것도 그동안 강조된 기업 위주의 양보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관건이라고 본다”면서 “노조나 기존 정규직들에게 타협이나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기업만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도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노조에 대해서는 표를 의식해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사례도 있고, 특히 현 정부는 한국노총과 정치적 동반자 관계”라며 “결국 불평등 해소를 위한 ‘양보’라는 게 기업을 향한 압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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