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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하이브리드, 차 막히면 연비가 오른다?


입력 2014.03.28 11:43 수정 2014.03.28 15:56        박영국 기자

[시승기]정숙성과 연비 모두 만족…배터리 용량 좀 더 높였으면...

충남 홍성 궁리항에 멈춰선 K5 하이브리드500h.ⓒ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디젤 엔진, 혹은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는 이들은 반드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디젤 엔진은 연비는 높지만 구조적으로 소음 측면에서 가솔린을 앞설 수 없고, 가솔린 엔진은 정숙성은 뛰어나지만 같은 배기량이라면 디젤 엔진의 연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절충할 동력시스템은 없을까? 있다. 바로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카다. 디젤 열풍에 밀려 저평가받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카는 ‘털털’ 거리는 소음 없이도 기름을 아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세제혜택과 제조사 측의 가격할인을 감안하면 비교적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국산 하이브리드카,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500h를 최근 시승해봤다. 시승 구간에는 서울 시내와 서해안고속도로, 경기도 일산 자유로 등이 포함됐다.

하이브리드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정숙성은 오토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발휘된다. 이 버튼의 역할은 시동을 켜는 게 아니라 전원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전기모터가 차체를 움직인다. 엔진이 잠든 이 상태에서 나는 소음은 제로에 가깝다.

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면 슬며시 엔진 시동이 켜지는 소리가 들린다. 엔진이 개입하는 시점은 운전자가 원하는 출력을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제공할 수 없을 때다.

K5 하이브리드 500h 계기판. 좌측에 rpm 게이지 대신 배터리 잔량과 모터 및 엔진 가동 여부를 알려주는 표시계가 위치해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흔히 전기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조건을 시속 40km 이내라고 하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다. 차에 가속이 붙어있다면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 돌아가고, 오르막길이라면 그 이하의 속도에서도 엔진이 개입한다.

수시로 엔진 시동이 켜졌다 꺼짐에도 불구하고 소음이나 진동 측면에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하이브리드카가 가솔린 기반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소음과 진동이 심한 디젤 엔진이 이처럼 수시로 켜졌다 꺼진다면 운전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하이브리드카의 또 다른 장점은 서해안고속도로 진입 직전 서부간선도로 정체구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지 상태인 1.5t의 차체를 움직이는 일을 반복하느라 막대한 연료를 소모해야 할 상황에서 K5 하이브리드 500h의 가솔린 엔진은 편히 쉬고 있다.

남들이 정체 구간에서 길바닥에 기름을 쏟아 붓고 있을 때 K5 하이브리드 500h는 배터리 충전 한도 내에서는 ‘공짜’인 전기만 소모하며 오히려 평균 연비를 끌어올린다.

전기가 공짜인 이유는 자체적으로 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는 감속이나 정시 시에 남아도는 힘(어차피 버려야 할)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K5 하이브리드 500h 계기판에서 에너지 흐름도를 띄운 모습. 엔진과 전기모터, 바퀴의 에너지 흐름을 알려준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고속도로로 진입해 속도를 높이니 가솔린 엔진이 주 동력원의 역할을 떠맡는다. 이때도 전기모터가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인 150마력 이상의 힘을 원하며 차를 몰아붙일 경우 전기모터도 구동하며 힘을 보조한다.

그 덕에 순간가속성능은 2000cc급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뛰어나다.

한참 속도를 높이며 달리고 있는데 차량 두 대가 나란히 길을 막고 서행을 하고 있다. 보통 이 때는 욕이 나오게 마련이다. 흥이 깨진 것은 둘째 치고 애써 기름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탄성에너지를 브레이크를 밟으며 허공에 날려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속이 쓰리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브레이크를 밟음과 동시에 ‘위이잉~’ 소리가 들린다. 허공에 날려버릴 탄성에너지를 배터리에 주워 담는(충전) 소리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바퀴의 굴림이 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계기판의 에너지 흐름도가 친절히 알려준다. 저속주행에서는 배터리에서 바퀴로 향하고, 고속주행시는 엔진과 배터리 양쪽에서 바퀴로 향하고, 감속시에는 바퀴에서 배터리로 에너지가 향하는 식이다.

약 100km를 주행한 결과 평균연비는 15.7km/ℓ가 나왔다. 표시연비(16.8km/ℓ)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지만 시내 정체길과 고속도로 급가속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경험상 동급 가솔린차를 동일한 패턴으로 몰았다면 10km/ℓ도 안 나왔을 것이다.

K5 하이브리드 500h의 트렁크를 개방한 모습. 안쪽 배터리 장착 공간 때문에 가솔린 모델에 비해 좁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굳이 가솔린차 대비 단점을 꼽자면 트렁크가 좁다는 점이다. 어림잡아 골프백 두 개 정도가 한계일 것 같다. 연비를 높여주는 핵심 장치인 배터리를 싣고 다녀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토요타 프리우스나 캠리 하이브리드 등 일본 업체의 하이브리드카에 비하면 배터리 용량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배터리 용량이 적다는 것은 탄성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꺼내 쓸 공간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K5 하이브리드 500h의 가격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세제혜택 적용을 기준으로 최저트림이 2893만원, 최상위트림이 3210만원이다.

K5 가솔린 대비 최저트림은 868만원, 최상위트림은 425만원 비싸다. 다만, 기아차가 지난해부터 매달 빠지지 않고 K5 하이브리드에 대해 200만원가량의 할인을 해주고 있다는 점(차라리 가격인하를 할 것이지)을 감안하면, 가솔린 모델과의 가격차는 다소 줄어든다.

[예상질문 &답변]

- 트렁크가 좁으면 불편하지 않은가요?
“불편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기름 아끼려고 배터리 넣어놓느라 그렇다니 감수해야지. 배터리 공간을 더 줄이지 못한 책임은 기아차보다는 배터리 만드는 LG화학에 있는 것 같습니다.”

- 배터리 충전하는게 번거롭지 않은가요?
“전기차랑 착각하셨나본데 하이브리드카는 배터리 충전 신경 안써도 됩니다. 그냥 가솔린이나 디젤차라고 생각하고 몰고 다니면 차가 알아서 충전도 하고 모터도 돌리고 합니다.”

- 사고 나면 배터리 때문에 화재 위험은 없을까요?
“사고 안 내봐서 모르겠습니다. 기아차 측에 물어보니 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리해 놓았고, 사고 발생시 전원 차단 기능을 장착하는 등 화재 위험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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