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5% ‘맞불 관세’도 축소 제안…美버번위스키 등 제외
유럽연합(EU)이 7일(현지시간)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미국에 제안했다. 이번 주 확정할 예정인 철강관세 보복계획도 당초보다 축소 시행하기로 하는 등 협상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회견에서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실제로 (미 측에)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선 “승용차는 EU가 (대미 수출 시)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건 사실이지만, 픽업트럭의 경우 미국의 관세율이 최대 25%”라며 “이것이 문제라면 대화를 통해 모두 0% 관세율로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한다. EU산 자동차는 미국 수출 시 2.5%로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다가 이달 3일 미국의 자동차 관세 발효로 25% 포인트 추가돼 27.5%로 인상됐다.
EU 27개국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무역장관회의에서도 미국과 협상이 우선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동시에 협상 결렬에 대비해 EU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도 마련해두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하면서도 협상이 시작하지 않은 만큼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분위기다.
집행위는 이와 함께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260억유로(약 42조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안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구상도 내놨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긴밀히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처음 발표한) 260억유로 규모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 내달 16일과 올해 말인 12월 1일, 2단계로 나눠 관세를 발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다이아몬드, 치실, 소시지, 견과류, 콩 등이 포함됐다. 당초 언급됐던 미국산 버번위스키나 와인, 유제품은 목록에서 제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EU의 철강관세 보복 패키지에 버번위스키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모든 EU산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7개 EU 회원국에 제시된 이 안은 오는 9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시행된다.
다만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이 기존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입장 발표가 나온 직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EU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발표를 할 때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겠다는 점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나바로 고문은 “당신들(EU)의 19% 부가가치세(VAT·이하 부가세)를 낮추고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을 존중해 우리의 돼지고기, 옥수수, 쇠고기를 유럽에 수출할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해온 EU의 부가세뿐 아니라 농식품 부문 각종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부가세는 우리 회원국들을 위한 중요한 수입원”이라며 “부가세 체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부문 비관세 장벽에 대해선 “논의할 준비가 됐다”며 “결국은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유럽 증시는 4~5% 폭락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유로스톡스50은 전장에 비해 약 4.6% 하락한 4656.41p에 마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 악재로 작용했던 3월 초 이후 최대 낙폭이다.
유로스톡스50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전날(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5일(거래일 기준) 연속 하락해 전체 하락장을 이끌었다. 좀 더 넓은 범위의 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 600 또한 4.5% 내린 474.01p에 장을 마쳤다. 화학과 보험 관련 종목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