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후 김상욱 향한 탈당 요구 분출
갈등 고조…김재섭 "무책임한 중진이 고름"
'조기대선 정국'에 당내 의원들 시름 깊어져
'계파갈등' 재현 우려 속 권성동, '통합' 요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민의힘이 졸렬한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조기대선을 앞두고 당력을 총결집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도 모자랄 판에 책임론이 고개를 들면서 당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모양새다.
이에 당내 중립지대에 있단 평가를 받는 의원들은 이른바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 모두 빠른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국민 시선에서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두고 당내 책임 공방이 오가는 데 대해 "탄핵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과 행보를 놓고 '배신' '극우'와 같은 과도한 발언을 자제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같은 호소를 꺼내든건, 지난 4일 이후 찬탄파와 반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이 문제는 윤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의원총회에서부터 불거졌다. 대표적인 반탄파인 윤상현 의원이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지금도 (의총장) 안에 (찬탄파 의원들과) 같이 못 앉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하면서다.
이는 곧 이틀 뒤이자 주말인 지난 6일 열린 비상의총에서 '당론 깃털 논란'으로 발화했다. 강민국 의원은 의총에서 김상욱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당론을 무시하고 당론을 알기를 깃털 같이 알면 우리가 어떻게 당원으로 같이 갈 수 있겠느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조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나와 "정당의 목적은 특정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권 창출"이라며 "헌법 수호를 깃털 같이 생각하는 무리에 대해 오히려 더 비판했어야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김재섭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당에 계엄이 벌어진 이후, 부정선거와 '계몽령'의 광기 속에서 칼춤을 추며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있다"며 "탄핵 선고 이후에도 탄핵당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정치를 하는 무책임한 중진의원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징계의 대상이자, 제거해야 할 고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나흘 연속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소위 중립지형에 선 의원들의 속은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60일도 채 남지 않은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야 할 총구가 아직까지 내부를 향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국민의힘의 절박함과 진정성을 호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권 원내대표는 앞선 비대위원회의에서 "지금 당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열은 곧 패배와 자멸로 가는 길"이라며 "다가오는 조기 대선은 바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를 위험하고 불안한 이재명 세력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내에선 내홍이 재차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에 앞서나갈 수 있는 소위 '컨벤션 효과'를 필수적으로 거둬야 하는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졸렬한 파벌 싸움이 벌어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 수도 있단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 파면 직후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게 고작 누구의 출당이니, 누구와 못 앉겠니 하는 것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진짜 얘기가 나왔어야 하는 건 어떻게 이재명에게 이길 것이냐 하는 게 됐어야 한다.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도 땅을 칠 일인데, 당내 싸움만 하다가 진짜 이재명에게 정권이라도 내주는 날이 오면 책임은 우리 전부가 져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혁신파들의 목소리가 단순한 '외침'에 그치고 있단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 꺼내기 어려운 얘기도 꺼낼 수 있는 소장파가 있단 건 좋은 것"이라며 "당장 우리 쪽에서도 민주당 내 비명계가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소장파를 쫓아내려는 움직임도 문제지만, 소장파도 소장파대로 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치적 셈법에 갇혀있다는게 문제"라며 "우리도 과거에 소장파를 중심으로 쇄신을 이뤘던 경험이 있는 만큼 무조건 배척만할게 아니라 들을 건 듣고, 키울 건 키우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