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저마다의 하이드를 찾아서, 연극 ‘지킬앤하이드’ [D:헬로스테이지]


입력 2025.04.04 15:01 수정 2025.04.04 15: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5월 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한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관객에게 뮤지컬로 익숙하다. 뮤지컬의 대표 넘버인 ‘지금 이 순간’에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뮤지컬과 함께 동명의 연극도 무대에 올려졌다.


ⓒ(주)글림아티스트, (주)글림컴퍼니

지난달 4일 서울 대학로티오엠에서 개막한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앙상블 대신, 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를 가득 채우는 1인극 형식으로 재구성됐다. 어터슨 변호사의 관점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배우들은 어터슨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런데 극은 단편적으로 어터슨의 시선으로만 흐르진 않는다. 배우는 어터슨을 비롯해 지킬과 하이드를, 때로는 주변 인물인 래니언 박사와 집사 풀 등 모든 등장인물을 오가며 능수능란하게 연기한다. 특히나 어터슨은 계속해서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관객들도 미지의 사건을 함께 추적하는 또 한 명의 탐정이 된 듯한 느낌을 안긴다.


하이드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뮤지컬과는 완전히 차별화를 두고 있다. 뮤지컬에서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극명한 대립을 한 명의 배우가 분리된 두 인격을 함께 연기함으로써 부각시키는 것과 달리, 연극은 하이드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면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하이드는 지킬만의 또 다른 자아로 표출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어터슨에게도 자신만의 하이드가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극중 인물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저마다의 하이드를 찾도록 한다.


ⓒ(주)글림아티스트, (주)글림컴퍼니

1인극의 성패는 전적으로 배우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명의 배우가 등장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야 하고, 극 전체를 홀로 이끌어가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은 어터슨으로서 관객을 설득시키기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면서 극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미세한 표정 변화, 음성의 미묘한 떨림, 몸짓의 섬세한 차이로 각 인물의 특징을 살리는 능력이 압권이다.


배우가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조명과 음향이 채운다. 무대 위는 오래된 문과 테이블, 옷걸이와 그 끝에 걸린 모자가 전부다. 현란한 무대 장치나 복잡한 세트 대신, 최소한의 소품과 정제된 조명만을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구성한다. 기본적으로 어둠을 기조로 한 조명이 극의 긴장감,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때로는 강렬한 붉은 빛을 통해 지킬의 내면에서 들끓는 욕망과 갈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절제된 무대 연출은 역설적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한다. 예컨대 하이드가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 부딪친 소녀를 폭행한 사건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좌우에서 비추는 조명이 하나가 되고, 동시에 양쪽에서 들리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는 연출로 두 사람의 부딪힘을 상상하게 한다. 또 옷걸이 위에 걸린 모자에 조명을 비춰 발생한 그림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존재인 하이드의 모습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배우들 못지않게 조명과 음향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공연은 5월6일까지 대학로티오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