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안도걸 "편법 상속·증여 및 세원 관리" 주장하며 지난달 발의
국회 청원인 "정부가 개인 재산 추적·감시, 재산권 침해"
가상자산 투자자, 개인지갑 수백개씩 만들기도..."신고 물리적으로 불가"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 개인 지갑 보유 신고 의무화 법안이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20일 국회전자청원 페이지를 보면. 지난달 25일 올라온 '민주당이 발의한 정부가 24시간 내 자산을 들여다보는 가상자산 개인지갑 신고 의무화 반대에 관한 청원'은 동의자 4만4381명을 기록하고 있다. 국회전자청원에서 5만명 이상 동의를 얻는 경우 해당 안건이 국회 각 위원회로 회부될 수 있다.
청원인은 "안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가상자산 개인지갑 신고 의무화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거래와 자산 현황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정부가 언제든 개인 지갑을 추적·감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치"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 및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청원 마감일은 오는 27일이다.
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신고된 사업자를 통해 관리되는 개인 지갑 보유자 정보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매년 보고해야 한다. 법안이 시행되면 개인 지갑 보유자는 이름, 주소 등 신원정보와 보유한 가상자산의 잔액 합산 금액을 당국에 매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안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자 수와 거래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를 악용한 편법 상속 및 증여가 늘고 있지만 현행 법 제도상 세원 관리가 어렵다"며 "이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를 정비하고 정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관련 상속·증여세는 이미 현행 세법에 따라 부과하고 있다. 세무당국은 거래소 지갑을 통해 납세자들의 보유 가상자산 현황을 확인해왔다. 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시행되는 경우 거래소 지갑뿐 아니라 개인지갑 주소·보유 내역까지 신고해야 하는 만큼 납세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법안 실효성도 의문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2개 이상의 개인 지갑을 보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각 가상자산 별로 지원하는 개인 지갑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계열 가상자산의 경우 메타마스크를, 솔라나 계열 가상자산의 경우 팬텀을, 수이 계열 가상자산의 경우 수이월렛을 활용하는 식이다. 탈중앙화를 중시하는 업계 특성상 개인 지갑을 만드는 데는 별도 요건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개인지갑 거래내역(트랜잭션)에 건수, 규모 등에 기반해 신규 가상자산 에어드롭(무료 배포)이 진행되는 것도 업계에서는 일반적이다.
앞서 가상자산 과세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국내 가상자산 인플루언서(KOL)는 "이 법안은 세금 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버너 지갑(해킹·사기 등을 대비해 여분으로 만드는 개인지갑)을 수백개씩 만드는 다수 투자자들에게는 신고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법안이 통과된 뒤 여분 지갑을 잘못 쓰다가 걸리면 탈세로 세무조사를 받아 속옷까지 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개인지갑을 신고하지 않은 사용자가 중앙화 거래소 입출금 없이 개인 간 거래나 DEX(탈중앙화 거래소)만을 활용한다면, 해당 지갑의 실제 소유자를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가상자산 과세가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 미비로 유예된 것처럼, 제도 체계와 인프라가 충분히 정비된 후 가상자산 상속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