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2019년부터 피해자에 20차례 7억여원 챙긴 혐의
법원 "일부 돈은 사기 의심되지만, 피해자 진술 일관되지 않아"
신당을 운영하는 무속인이 신내림 굿을 해주고 이른바 '신딸'로 삼은 여성에게서 7억여원을 받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4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인 B씨에게서 20차례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남편과의 갈등으로 고민하던 B씨는 지인 소개로 인천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굿을 해주고는 B씨에게 "무속인 팔자"라며 "남편하고는 이혼해야 당신과 아이들이 살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당신한테는 아주 큰 신이 이미 와 계신다"며 "안 받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후 신내림 굿을 받은 B씨는 신딸이 돼 A씨를 아버지라고 불렀고, 그가 만든 건설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B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 중 일부를 A씨에게 보냈고, 신당 이전 공사비나 생활비를 빌려주기도 했다.
B씨는 재판에서 "A씨가 '남편과 이혼하기 전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해서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했고, '통장에 있으면 이혼할 때 재산 분할이 된다'면서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보내라고 해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당 이전비로 2억8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A씨가 '너한테 돈을 갚고 나니 생활비가 없다'며 또 돈을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A씨는 "B씨에게 받은 돈 일부는 투자금이고 실제로 사업비로 썼다"며 "사업이 잘 안돼 일부를 갚지 못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속인 적이 없다"며 "빌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지 않았고 실제로 7억4000만원은 이미 갚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의 과거 전과를 비롯해 B씨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면 일부 돈과 관련해서는 사기가 의심되지만,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는 지는 행위를 할 당시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돈을 빌릴 당시에는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갚지 않고 있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형사상 사기죄는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B씨는 세무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노무사나 세무사 사무실에서 15년가량 근무한 경력이 있다"며 "'대출받아야 한다'라거나 '재산 분할에 대비해 (다른 통장에) 돈을 보내놔야 한다'는 A씨 말만 믿고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B씨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보낸 일부 돈에 관해서는 B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며 "A씨는 B씨에게서 여러 차례 돈을 빌리고 갚기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