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개헌 대담회 개최
다양한 각론…내각제·분권형 4년 중임제 등
"이번 놓치면 안돼, 李 설득되면 60일 안에"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 등 여야 정치권 원로들이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과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또 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태도 변화를 재차 압박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대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정세균·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김황식·이낙연·김부겸 전 총리,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형오·강창희·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해외 일정상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돼 서면으로 의견을 전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개헌의 목표는 정치 복원"이라며 "있을 수 있는 조기 대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실천해보자는 결의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희망한다"며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3+4 개헌'을 하자. 첫 임기는 2년 단축해 3년으로 해서 (다음 대선을) 총선과 시기를 맞추되, 중임의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도 (개헌에) 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의장은 또 "선거법 개정도 중요하다. 다른 정당과 손을 잡아야 과반이 되는 정치 제도가 필요하다"며 "중대선거구제와 양원제를 도입해 국회가 권한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의원내각제가 제왕적 대통령과 식물 대통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직하지만, 국회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너무 커서 3개월 내 실현 불가능하다"며 분권형 대통령제가 현실적으로 적절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또 당대표·최고위원이 아닌 원내대표 중심으로 정당이 돌아가는 '원내정당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오픈프라이머리'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 등도 강조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제는 이 나라에 정치의 불모를 가져왔다"며 "의원내각제와 다당제로 가야한다. 정당이 국민과 가까워지고 편 가르기와 무관한 새로운 사람이 정치 참여의 기회를 얻으면서 정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의원내각제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고, 국민들의 의사가 의석수로 정확히 할당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직업으로서 정치를 해온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구름 타고 나타나서 대통령이 되고 하는 정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훌륭한 정치인을 키워내기 위해선 내각제라야 가능하다"고 했다.
개헌 논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뼈있는 말도 쏟아졌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의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인데, 그 어떤 분이 엔(n)분의 1이 아니지 않느냐"라면서도 "그러나 나는 그 분을 위해서도 이번에 개헌을 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깨웠다.
이날 대담회 사회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낙연 전) 총리의 우려가 그분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좌중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번에 개헌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사장되지 않고 사회적 효용성을 갖는 (정치 제도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번에 반드시 선(先)개헌 후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민주당 출신도 다 동의하는데 딱 한 사람, 이 대표만 혼자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며 "빨리 압력을 가해서 이번에 개헌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딱 한 사람만 설득이 되면, 여야가 원포인트 권력 구조 개헌에만 합의하면, 35~60일 안에 충분히 개헌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 도입을 해야 한다"며 "책임총리제와 양원제,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시기를 놓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개헌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다. 이 사람들이 개헌에 동참을 안하면 개헌은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조기 대선을 가정하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개헌을 하도록 무한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서면으로 의견을 밝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의원내각제로 가야만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 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의원내각제와 국회 양원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현실적"이라며 "대통령은 4년 중임으로 하되, 나라를 대표하면서 의회 해산권과 국군 통수권만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의회는 양원제(상원 50명·하원 250명)로 하고, 다음 대통령의 임기는 (2년) 줄여서 2028년 총선과 동시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