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신영이 때아닌 구설에 올랐다. ‘아직 플레이브에 적응이 안 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그룹을 비하한 무례한 발언’이라는 팬덤의 비판을 산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사람의 경솔한 발언 문제라기 보다, 과도기적 문화를 둔 대중과 팬덤의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16일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 플레이브의 ‘대시’(DASH)가 흘러나온 후 버추얼 아이돌인 플레이브에 적응을 했느냐는 질문에 “(적응이) 안 됐다”는 김신영의 대답이 발단이 됐다.
이후 김신영은 고영배의 라디오에 플레이브가 출연한 것을 언급하며 “너무 킹받는(열받는) 게, 고영배 씨가 플레이브 멤버와 사진을 찍었더라. 진짜 깜짝 놀랐다”며 “고영배 씨는 (플레이브와) ‘어떻게 녹음했지? 어떻게 방송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플레이브는) 우리 방송에 못 나온다. 현타 제대로 올 것 같다. 안 보이는데 어딜 보냐. 그래도 우리가 이런 문화를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아직 저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해당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라요. 플레이브가 데뷔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이지만, 이들의 '정디오 게시판과 김신영의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플레이브 팬덤의 항의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인 17일 김신영은 라디오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제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제가 무지를 넘어 무례했다”면서 “제 말 한마디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절실히 느낀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리겠다. 앞으로도 이런 일 없도록 많이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신영의 발언에 ‘하차 요구’까지 이어지는 등 팬덤의 날 선 반응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플레이브는 데뷔한지 3년 차에 접어들었고, 그 사이 버추얼 그룹 최초로 초동 100만장을 돌파, 음악방송 1위, 음원차트 정상, 멜론의 전당 ‘빌리언스 클럽’ 최단기 입성 등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사실상 ‘버추얼 아이돌’의 정체성이 대중적 공감대를 이뤘다는 덴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 아이돌과 달리 카메라 화면을 통해 송출되는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관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인 동시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버추얼 아이돌을 두고 ‘가상의 인물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플레이브를 제외하고 그간 수많은 버추얼 아이돌이 데뷔했지만 주목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고, 심지어 ‘불편하다’거나, ‘유치하다’는 반응까지도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버추얼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는 향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브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고,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가 본격적인 데뷔를 알렸다. 올해에도 4인조 걸그룹 아이시아가 상반기 데뷔를 앞두고 있고, 7인조 보이그룹 스킨즈도 올해 데뷔한다.
결국 버추얼 아이돌은 업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고, 젊은 소비층에서 ‘과몰입’을 유발할 정도로 탄탄한 팬덤 현상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김신영의 사과처럼,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버추얼 아이돌의 완성도와 대중의 접근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버추얼 아이돌을 소비하는 팬덤의 과민한 반응은 해당 문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아직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팬들 역시 버추얼 아이돌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고려할 줄 아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