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독립운동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A’ [D:헬로스테이지]

2025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이유, 누가 나에게 답해줄 수 있나”

결과적으로 독립운동가였던 극중 유일형이 내뱉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이자, 다른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과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는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일제강점기 말, 미국 CIA의 전신인 OSS(전략첩보국) 주도 하에 일본의 정보를 캐내는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여기엔 19명의 한국인 요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암호명 A, B, C 등의 알파벳 순서를 딴 이름으로 작전에 참여했다. 요원들의 정체가 알려진 것은 광복 후 시간이 훌쩍 지난 199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이들 중엔 제약 기업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도 있었다.

영화 ‘실미도’ 각본을 쓴 김희재 작가는 유일한 박사를 뮤지컬 속에서 ‘유일형’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미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였으나, 일본 식민주의가 점령한 한국 땅에 들어와 은밀히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인물이다. 이런 유일형 앞에 나타난 독립운동가 베로니카는 그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인물이다.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베로니카는 늘 환영으로 유일형의 주위를 맴돈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차별점이 드러난다. 사실 지금까지 독립운동을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은 주인공들이 ‘왜’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굳이’ 하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인공의 영웅적 서사를 극대화하기에 ‘당연히’ 그편이 설득력이 높기도 하다.

하지만 ‘스윙 데이즈’는 끊임없이 유일형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게끔 만들고, 그 안에서 고뇌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만든다. 유일형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왜’라는 질문은 모두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인물들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리고, 스스로 혹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 이유와 답을 찾아간다.

음악은 대체로 익숙한 곡을로 채워졌는데, 오케스트라 편곡의 웅장함이 현장감을 높였다.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의 편곡자이자 ‘레미제라블’ ‘더 시빌 워’ 등의 음악감독 그리고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확정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작곡가인 제이슨 아울랜드가 작곡을 맡았다.

초연 캐스팅은 유일형 역에 유준상·신성록·민우혁, 야스오 역에 고훈정·이창용·김건우, 유일형의 친구 황만용 역에 정상훈·하도권·김승용 등 인기 배우들이 나섰다. 2025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