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 편성 예비비 절반 삭감
"특활비 삭감해 나라살림 못하겠다?
황당해…무능했거나 다른 문제"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를 찾아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정부가 제출한 677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원안에서 4조1000억원 삭감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지 사흘 만에 정부의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2일 오전 대구 중구 소재 민주당 대구시당 김대중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성장이 멈추고 있고 내수가 침체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2.2%로, 내년 성장률 전망을 1.9%로 하향 조정했다. 1%대로 떨어지고 말았고, 정부가 내세운 상저하고의 최면이 결국 신기루가 되고 말았다"며 "경제 3주체 중에서 불황기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 4조8000억원의 절반인 2조4000억원 규모다. 삭감된 예비비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 및 특활비 △감사원 특경비 및 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이다.
헌법상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국회 예결위에서 야당이 감액 예산을 단독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민주당의 '날치기 예산삭감' '보복성 예산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정부가) 재정 상태가 어려운데 5조원 가까운 예비비를 편성했다"며 "어디에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 때문에 살림 못 하겠다는 것은 사실 좀 당황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또 증액 협상을 안 해서 문제라는 얘기도 황당한 얘기다. 필요한 예산이었다면 정부가 (원안에) 냈어야지 이제 와서 올리자는 게 말이 되나"라며 "한두 달 사이 정부 정책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닐 테고, 무능했거나 무언가 다른 작전을 쓰다가 문제가 된 것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