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26.1원… 또 연고점 경신
美 물가 상승 영향...FOMC 주목
전문가 “3Q 정점…상단 1350원”
우리나라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高) 시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환율까지 연일 오르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4년만에 6%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자 사상 최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이 단행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올라섰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와 해외로의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서 금융시장 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원 오른 1326.1원에 마감했다. 지난 2009년 4월 30일(장중 고가기준 1325원) 이후 1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4월 29일(종가 1340.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상승 폭은 지난달 29일(15.6원)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달러 급등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유럽과 중국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간밤 유럽연합(EU) 내 유럽위원회는 올해와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에서 2.6%로, 2.3%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경제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원화와 연동성을 지닌 위안화가 중국 내 기업 신용위험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 증가 등으로 약세를 보인 점도 달러 강세의 재료가 됐다. 이날 중국의 2분기 GDP는 0.4%로 시장전망치인 0.9%를 밑돌았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동월 대비 9.1%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전날 밤 발표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11.3% 올라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PPI가 11%대의 상승률을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안정을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연준이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날 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일제히 0.75%p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가능성이 다소 약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연준이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긴축 기조 강화 움직임에 우리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긴축 기조 강화가 달러 자금을 본국으로 빨아들이면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은 곧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수출입물가 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수입물가 지수는 154.84로 전월 대비 0.5% 올랐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3.6% 상승한 수준이다.
결국 환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부담을 덜기 위해선 원화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올려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대출 금리 상승 등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이 뚫린 만큼 135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현 상태를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상단은 135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물가가 3분기 중 정점을 통과한 후 연준이 통화 긴축 기조를 완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는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미국 물가가 고점에 도달 한 후 환율은 4분기 이후 13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