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6% 시대 개막...한은 사상 첫 빅스텝 유력
외인 자금 유출에 개인 투자 여력 감소…증시 유동성 위축 우려
소비자물가 상승률 6% 시대가 열리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로인해 하반기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 단행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와 개인 투자여력 감소가 겹치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증시도 유동성 위축으로 인한 힘겨운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사상 최초로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날 통계청은 6월 국내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전년 동월대비 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것으로 연초 2~3%대였던 물가상승률이 3월(4.1%) 4%대, 5월(5.4%) 5%대 진입한데 이어 이제는 6%대로 올라선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물가 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가 고점을 높였지만 7월부터 전기료와 가스비 가격도 상승하면서 하반기에는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어 7월 금통위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의 빅스텝이 현실화되면 가뜩이나 높아진 국내 증시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증시로의 유동성 유입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해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이래저래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한-미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했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말 회의에서도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50~1.75%)은 1.75%로 동일한 상황에서 기존대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 역전은 확정적이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하면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자본의 특성상, 국내에서 해외로의 자본 유출 심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증시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은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 감소로 이어져 증시 유동성을 한층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지난 4일까지 한 달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6조60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4조667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금리 인상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를 늘리고 개인의 순매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은의 빅스텝 단행과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 하반기 증시 유동성에는 악재가 산재한 상황”이라며 “유동성 위축은 올 하반기 주식 시장 침체 탈피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