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규제 필요 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 도입
민간 협의기구 출범…“상호 견제·균형있는 체제 확립 관건”
윤석열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율규제다. 필요 시 기업을 규율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 도입하겠다는 것.
디지털 공정경제를 구현하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문 정부는 플랫폼의 갑질을 막자는 취지로 온플법을 비롯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전상법),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 등 각종 규제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대선까지 맞물리며 유야무야됐다.
그러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율규제 정책 기조에 따라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현행 법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 규제가 더해지면 기업의 발전과 혁신 성장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특히 국내 규제로 인해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이 발생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지난 3월 열린 ‘윤석열 정부 온라인 플랫폼 자율 규제 도입방안 토론회’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디지털 플랫폼에 관한 규제는 각 국가마다 처한 입장이 다른데 유럽 같은 경우는 자국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규제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국내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규제의 잣대를 들이댔을 때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시민단체와 소상공인 등은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각종 불공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근 참여연대 등 12개 중소상인·노동·소비자·시민사회단체는 온플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 조직을 출범시켰다.
현재 각 단체가 산발적으로 진행 중인 법·제도 개선 촉구활동을 네트워크로 통합해 더 효과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연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간 협의기구를 출범시킨다는 복안이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갑을 문제와 소비자 보호 등을 민간 주도로 규약을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달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플랫폼의 건전한 혁신·성장 촉진 및 사회적 가치 창출 극대화를 위해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 체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의기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자율규제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어느 한쪽(대기업)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상호 견제와 균형 있는 체제를 확립해야 하는 이유다.
협의기구가 잘 작동되지 않으면 온플법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 발전에 자율규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머리를 맞댈 때다. 정부는 자율규제 정책의 성공 여부가 온플법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