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71.5% 가계 부담 악화 체감
정부, 배추·무 등 비축물량 방출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 호소
유류세 인하 조치 내달까지 연장
정부가 민생물가를 잡기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내수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자 물가 상승과 더불어 건설투자 침체, 고용 부진까지 줄줄이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 10명 중 절반은 가계경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衣食住)를 누리는 것조차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 보다 효과적인 정부 대안이 필요해졌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계경제 악화”
국민 10명 중 7명은 가계경제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고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생경제 현황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가계경제 상황이 1년 전에 비해 ‘악화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5%로 집계됐다. 반면 ‘개선됐다’는 응답은 28.5%에 불과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물가 상승(71.9%)이었다. 이어 실질 소득 감소(11.9%), 일자리 부족 및 불안정(9.5%), 부채 증가(2.7%), 교육비 부담(1.7%), 의료비 부담(1.4%), 주거비 부담(0.7%) 순이다.
또 최근 1년간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부문은 식료품 및 외식비(72.0%)로 압도적이었다. 에너지 비용(11.0%), 주거비(4.5%), 공공요금(3.4%), 금융 이자 비용(2.5%) 등이 뒤를 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먹거리 분야의 물가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특히 식료품 및 외식비(54.1%) 지출에 대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비용(13.6%), 주거비(8.2%), 금융 이자 비용(7.3%), 의료비(6.0%), 교육비(5.1%) 등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물가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생필품 가격 안정화 조치(58.4%)를 꼽았다. 이어 에너지 가격 안정 조치(13.9%), 소비 관련 세금 감면(7.9%) 등으로 응답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분야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요인(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해소 정책 강화가 41.1%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가계경제 악화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가격 인상을 유보하던 기업들도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가격 인상에 동참,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환율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그간 환율이 급등했던 게 올 하반기에도 잠재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비축물량 방출하고 업계에 협조 요청
올해 서민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낀 부문은 단연 식료품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배추와 무 등 각종 채소류의 가격이 폭등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배추의 경우 이상기후와 고환율의 영향을 고스란히 직면했다.
결국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먹거리 물가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배추와 무 수급 안정화를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배추 직수입 물량을 매주 최대 500t 방출하고 무 비축물량을 도매가의 70% 수준으로 마트에 직접 공급해 봄동과 열무 등 대체 농산물에 대한 할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공식품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올해들어 식품업계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원료 가격 인상, 물류비,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까닭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국내 주요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당초 지난달 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고환율과 불안정한 국제 유가로 인해 석유류가 인상하면서 국민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연장됐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한 피로도 제고를 위해 일자리, 먹거리 등과 관련된 물가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국민들의 가계형편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으로 투자와 고용확대를 유도하고 특히 먹거리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징을 고려해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수 확대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소비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최근의 글로벌 통상환경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인 내수 뒷받침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 확대와 같은 내수 확대정책을 병행해 내수시장의 체질을 변화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