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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카카오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부광우의 싫존주의]


입력 2022.05.09 07:00 수정 2022.05.08 20: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날한시 엇갈린 운명 아이러니

변화 통해 예고된 위험 이겨내야

MG손해보험(위)과 카카오 본사 전경.ⓒ데일리안

국내 보험업계에 지난달은 잊지 못 할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한날한시 어떤 보험사는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대신 또 다른 새로운 보험사의 시장 합류가 예고됐다.


벼랑 끝에 선 곳은 MG손해보험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금융당국이 원하는 건전성 지표를 끝내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부실금융기관이 된 금융사는 공개 매각 등 사업 정리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MG손보가 시한부 선고를 받던 날 금융위는 카카오손해보험에 대한 보험업 본허가를 내줬다. 카카오손보는 기다렸다는 듯 올해 하반기 중 영업을 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보험업계에서는 MG손보와 카카오손보를 바라보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고민거리는 MG손보다. 남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가 감지된다. 보험사 부실 사태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다.


MG손보는 지급여력(RBC) 비율 100%를 끝내 채우지 못했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수치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올해 들어 보험사의 RBC 비율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역풍이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가 들고 있는 채권의 평가이익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예측은 보험업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반면 카카오손보는 예기치 못한 운명처럼 MG손보의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그럼에도 마냥 희소식만은 아니다. 금융권을 향한 이른바 빅테크의 공습이 보험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손보는 전 국민적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기존 보험사를 위협할 전망이다. 당장은 미니보험과 같은 저렴한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사를 건네겠지만, 이후에는 온라인 판매가 핵심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보험에 진출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위력을 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MG손보와 카카오손보는 규모 면에서 아직 손해보험업계 내 가장 꼬리에 위치하는 소형 보험사들이다. 그럼에도 두 보험사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건 이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앞으로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시초가 될 수 있어서다.


MG손보와 카카오손보의 엇갈린 발걸음이 보험업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시장 질서를 흔들 단초가 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 보험업계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단 점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문학가인 올리버 골드스미스는 '가장 위대한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에 있다'고 했다. 2022년 4월, 첫 주사위가 던져졌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위험의 징조를 간과하다 결국 위기에 빠지는 회색코뿔소의 오류를 어느 때보다 경계해야 할 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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