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혁신 뒤 '그림자'
금융권의 개인정보가 ‘또’ 유출됐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만든 금융 플랫폼에서 출시 4일 만에 사건이 터졌다. 소비자로썬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사용하도록 한 댓가가 가혹할 뿐이다. 금융권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으며 금융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은 이를 무색하게 만들 따름이다.
이는 금융 플랫폼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에 불신이 담긴 계기가 됐다. 진화한 플랫폼 만큼이나 정보 보안 기술도 수준급의 반열에 올랐다는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다.
삼성 금융 계열 4개사(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의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의 경우 가입자 중 삼성증권 이용자 344명의 정보가 타인에게 그대로 유출됐다. 계좌번호와 잔고·이름·거래내역 등 이 담긴 개인정보였다. 다행히 고객들의 금전 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금융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KB국민카드는 앱에 로그인한 한 고객에게 전혀 모르는 타인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타인의 결제 예정 금액, 할부 내역과 이용 대금 내역 등이 고스란히 공개된 것이다.
양사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하며 일시적인 전산 시스템 불안정이었다, 즉각 조치했다, 시스템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비슷한 약속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금융당국 역시 사고 발생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즉시 개선하도록 지도하겠다며 후속 조치에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 사과라는 패턴 되풀이에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은 여전하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재 도약을 꿈꾸는 금융사들은 허술한 대문을 재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으리으리한 집을 만들어 놓고 보안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도둑이 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가상현실(VR) 등 각종 고기술을 접목한 플랫폼일지라도 개인정보 보안이 허술하면 의미가 없다.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먹고 자란 플랫폼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모르고 그 안에 담긴 개인정보 또한 어디까지 유출될 지 가늠할 수가 없다.
개인정보 유출이 개인의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듯이, 금융사의 뿌리도 단 숨에 뽑힐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잊지 말자.